◇ 시인과 시(현대)

이현협 시인 / 휘파람새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8. 08:00
이현협 시인 / 휘파람새

이현협 시인 / 휘파람새

 

 

손금에 새겨진 갱도, 부풀어 올랐다

덧문 그을리던 줄담배 연기는 파랬다

 

곡괭이 소리에 짙어가던 그 뻐근한 살점들

막장을 빠져나온 검은 입 꼬리, 먹먹한 귓밥

강냉이알 같은 앙금으로 불콰해진 탄부들 배가 불러와

 

꿈의 고리는 더 없이 참혹하고, 황폐해

시간은 절대 죽지 않아 막장은 둥글지도 않아

무말랭이처럼 꼬들꼬들한 한 끼의 환청

 

무지막지하게 쓸어 담던 검은 돈 다발

삐죽한 푸념을 목에 두른 떠돌이 부호들

낡은 폐광을 추앙하는 겨울 휘파람새

 

공치는 날, 하얀 침상에 위리안치된 전사들

흠모하던 하늘 한 모서리에 갇혀버린 절해고도

어느 서가에 꽂혀 푸릇한 짐승이 된 흑백

 

 


 

 

이현협 시인 / 거푸집은 수리중

 

 

목수의 집을 지나 절벽을 건너온 바람이 지층에 내려앉는 시간들,

닫힌 귀 사이로 하늘을 열어 청보릿빛 생에 파편을 불러 모아 거푸집을 세웠지

한없이 미끄러지며 추락하는 한 폭의 조등은 장송곡을 읊조리다 잠들었어

무상한 호(淏)자박일 때 묵빛 갯물살을 밀치는 소리는 견딜 수 없는 구토처럼

이곳저곳에 흔적으로 부서지고 단 하나의 사실은 매일 매일 상처로 죽어간다는 것

정체불명의 시체는 노점 생선가게 좌판에 두 눈 뜬 채 널브러져 있었어

반짝이는 은비늘을 꼿꼿이 세운 채

 

 


 

이현협 시인

경기도 포천 출생. 한림대커뮤니티교육원 시창작반 수료. 2004년 《시현실》, 2006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강원여성문학상대상 수상. 현재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사사 회원, 시산맥 회원. 한국시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