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영 시인 / 오어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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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영 시인 / 오어사吾魚寺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풀어준 네 마리 물고기 중에 겨우 한 마리만 살아남았다. 둘은 살아난 물고기가 서로 자기 물고기라 우겼다 해서 오어사라 했다는데, 설마스럽다. 조금 다른 이야기도 있다. 웬 똥 이야기가 구구절절이다. 두 스님이 물고기를 실컷 잡아먹고는 부끄러워 물속에서 똥을 누었다는데, 물고기 한 마리가 똥 속에서 파닥거리며 살아났겠다. 그러니 그 물고기 서로 자기 똥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은 보나마나 살생하고 오리발 내미는 꼴이나 다름이 없으렸다.
겨레의 똥이 통째로 흘러나가는 치수사업이 시끄럽다. 한동안 소화불량인 까닭이 똥줄기 막혀서라는 것이 옳은 주장인 듯도 하다. 시원스럽게 똥을 누려면 뚫어야 한다니 그럴 만도 하지만 똥줄기 뚫어서 황금덩어리 만들겠다는 욕심인가 싶어 저으기 의심스럽다. 똥줄기 파헤쳐서 잘 흘러가게 만들면 똥이 황금으로 변할 수도 있나보다. 우선은 똥도 황금이나 비슷해 보일 것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지만, 산도 똥이요 물도 똥인 세상이다.
유혜영 시인 / 도깨비 방망이
밤길을 가다가 도깨비와 한 판 씨름이다. 서로 허리춤을 틀어잡고, 배지기, 안다리 걸기, 자반뒤집기로 밤새 실갱이를 한다. 다행히 그를 이기면 도깨비방망이 하나 얻는다. 옛날에는 도깨비를 이긴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부럽고도 신이 나는 전설이다. 밥 나와라, 뚝딱. 집 나와라, 뚝딱. 로또 당첨번호 나와라, 뚝딱.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좋네. 신명 나고 꿈 같은 도깨비 나라로 달려간다. 그러나 도깨비를 만나 힘겨운 씨름판을 벌여도, 도깨비방망이 훔쳐 사정없이 휘둘러보아도 배는 여전히 고프다. 씹어 삼킬 수가 없어. 먹거리가 아니야. 저것들에게 홀려 어둠 속에서 헐레벌떡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엎어지고 자빠지며 애걸복걸 하다가 훤히 날이 새는 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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