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연 시인(익산) / 종이컵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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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연 시인(익산) / 종이컵
신성리 갈대밭에서 마시던 자판용 커피는 이름모를 물고기와 수초가 그려진 일회용 흰 종이컵에 담겨 있었지
버려지면 이내 잊혀지겠지만 그가 건네주는 뜨거움의 순간을 그윽함 우러나는 순간으로 받을수만 있다면 나는 깨질 염려 없는 용기라 생각하며 저장된 죽음과 대기된 삶을 유영하는 컵 속 열대어가 되고 싶었지
누군가를 만나면 흘러가지 못하고 떠있는 늪의 수조처럼 발목 잡히기도 하고
또 누군가를 만나면 알 수 없는 중력에 끌리어 생을 다한 별똥별처럼 질 것이고 가난한 그가 오랜된 풍금 위 촛불받이로 쓰겠다면 한 때 나무였던 생을 비춰보면서 물관 속에 흐르던 노래도 들려주겠지
그러나 갈잎으로 웃고 갈잎으로 우는 그가 신성리 갈대밭을 지나 바다로 건너는 건반을 누를 때면 떠다니는 것들의 맨 밑으로 아주 먼 밑으로 등 붉은 열대어가 되어 심해를 유영하겠지
김다연 시인(익산) / 와우蝸牛, Wow
달팽이의 촉수는 음향을 탐지한다 미세한 풀잎의 떨림, 풀잎 끝에 대롱거리는 이슬방울의 장력까지 감지하여 연체의 몸에 저장한다 껍데기는 일종의 진공관, 탐지한 주파수는 나선의 관 속에서 보정되거나 증폭된다 알맞게 변주한 음향의 재생으로 생활하는 달팽이의 길은 소리의 점액질, 그리하여 끈적끈적하고 느려졌을지 모를 일
Wow* 이어폰을 낀다
같은 말이 달리 들리고 다른 말도 똑같이 들리는, 어두운 세상 말귀를 보정한다
힙합처럼 리믹스한 말들이 좋고 사실과 허구 사이 불규칙한 떨림이 좋은
내 귀는 껍데기, 그 속에 끈적끈적한 민달팽이가 살기 시작했다
* 녹음과 재생장치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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