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이경철 시인 / 무지개, 잠깐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8. 08:00
이경철 시인 / 무지개, 잠깐

이경철 시인 / 무지개, 잠깐

 

 

새벽 비 잠깐 내리고

해 떠오를 무렵

필까 말까 망설이는 목백일홍

 

쟁여놓은 꽃 심지 개비마다

성냥불 붙여놓고

잠깐 섰다가 스러지는 무지개

 

무지개 좇다 숭, 숭

반백半白이 돼가는 머리

시리게 부서지는 햇살.

 

 


 

 

이경철 시인 / 녹우당(錄雨堂) 연둣빛 빗소리

 

 

아침 하늘서 연둣빛 비 내립니다.

밤 세워 황사 미세먼지 다 씻어내고

오월 초하루아침 신록의 비 내립니다.

 

수수백 년 옛집 기와지붕 골골이 내리는 낙숫물소리

비에 젖은 소쩍새 울음처럼 하고많은 사연

밤세워 뒤척입니다.

 

흐느끼며 뚝뚝 듣는 눈물 소리인지

질척질척 한세월 곰삭은 오르가즘 탄성인지

밤 세워 귀 기울이게 합니다.

 

꽃으로 갈거나 피어나 이슬방울로 맺힐 거나

소쩍새 울음 될 거나 그 소리로 철쭉꽃 피울거나

강으로 흐를거나 흘러 흘러 그냥 하늘로 증발해버릴거나

 

밤세워 주절주절 타령 턴 비

가닥가닥 터오는 아침 햇살 더불어

새 이파리로 상큼한 연둣빛 되어 내립니다.

 

 


 

이경철(李京哲) 시인

1955년 전남 담양 출생. 동국대 국문과와 同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중앙일보 문화부장. 1989년부터 《현대문학》, 《한국문학》 등에 다수의 현장비평적인 평론 발표, 2010년 《시와시학》으로 시인 등단. 저서로는 『천상병, 박용래 시 연구』 『미당 서정주 평전』 등과 시집 『그리움 베리에이션』. 현대불교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인산시조비평상 등 수상.현재 동국대 국어국문ㆍ문예창작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