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시인 / 흰 알약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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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시인 / 흰 알약
의사는 불안이 찾아왔다고 했다 작고 흰 알약이 든 약봉지 주었다 아지랑이 몽롱한 봄 들녘 걸었다 평생 흘릴 땀 며칠 사이에 흘렸다 흰 알약 삼키고 호수 돌았다 수면 가득 벚꽃과 목련 피었다 발 씻고 머리 감는데 훌쩍이는 소리 났다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
-시집 <횡천>에서
이창수 시인 / 두승산
대선 끝난 후 뉴스를 보지 않게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기품 있는 정치와 만나 가난과 질병마저 사라졌으니 불평과 불만은 국경 너머로 물러갔다. 오로지 나만 오래 앓던 중이염 때문에 언론을 곡해하고 다투기 멈추지 않아 무리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한여름 무더위에 버스 갈아타고 고부면 두승산 꼭대기에 머물게 되었다. 사방 백리가 내려다보이는 느티나무에 등 기대고 내가 떠나온 먼 곳 보았다. 나를 따라온 한숨들 이 느티나무 흔들기 시작했다. 해가 뉘엿뉘엿 변산 바다로 젖어들자 산봉우리에 모인 작은 바람이 더 큰 바람 불러 모았다. 밤새 바람이 두승산의 날개인 느티나무 흔들어 두승산을 공중에 띄울 기세였다
-시집 <횡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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