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성선경 시인 / 어머니의 꽃밭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9. 08:00
성선경 시인 / 어머니의 꽃밭

성선경 시인 / 어머니의 꽃밭

 

 

아들은 꽃심자 하고

어머니는 푸성귀 심지요

봄비에 채마밭

상추 잎이 푸르네요

 

쌈 하나 싸 줘보세요

 

아! 하고

입 벌려요

 

-시집 <장수하늘소> 에서

 

 


 

 

성선경 시인 / 멸치 한 마리

 

내 한때는 큰 바다를 꿈꾸었으나

망망대해에 어쩔 줄 모르고

이리로 저리로 쏠려 다니다

이제 여기

접시 위에

내 한 몸 편안히 눕히니

모두 부질없다

한낱 풋고추와 버무려져

볶음이 되거나

쭉- 찢겨

고추장에 묻힌 안주가 되어도

다 한 생애

저 큰 바다의 꿈도

저 험한 물결도

다 부질없는 내 생애

볶거나 조려도

대가리 떼고 똥을 빼도

다 내 안에 든 늙은 바다

삶의 비린내 훅 끼친다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에서

 

 


 

성선경 시인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경남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바둑론〉 당선되어 등단. 시집 『모란으로 가는 길』 『널뛰는 직녀에게』 『옛사랑을 읽다』 『서른 살의 박봉씨』 『몽유도원을 사다』 등. 고산문학대상, 시민불교문화상, 경남문학상 등 수상. 현재 마산무학여고 교사이며 『서정과 현실』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