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준옥 시인 / 반가사유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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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옥 시인 / 반가사유로
나를 오늘 여기에 앉아 있도록 도와주지 않은 것이 있던가
멀미와 구역질과 저 구름과 비 오는 밤의 정전과 미친 봄날 한 조각과 들찔레와 여우 소리와 저 나비와 시궁창의 쥐새끼와 고양이의 파란 눈빛과 번개와 이슬과 물거품과 파도와 그림자와 너의 오온과 너의 아름다운 사대와 너의 색성향미촉법과
나를 나이도록 도와주지 않은 것이 있던가 이제 가만히 꺾어라 너의 손 저 아름다운 각도로
-시집 <모래의 밥상>에서
노준옥 시인 / 물어뜯긴 시
강아지 미셸이 시를 물어뜯어 놓았다 노트에 적어놓은 <이런 집을 짓고 싶었네>라는 초고를 맘껏 씹어 놓은 것이다
미셸 눈에도 내 시는 개똥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물어뜯긴 시는 며칠이 지나도록 심장이 씹힌 채로 팔다리가 찢어진 채로 눈만은 살아있어 애처롭게 날 쳐다보고 으으으...소리내며 신음하고 있다
<머...머..#...집...*?&#...네...그...> 이렇게 물어뜯긴 채로 아직 이만큼 살은 목숨이락 꿈틀거리고 있다 시가 되어보려고 집이 되어 보려고 발버둥치며 애원하고 있다
매를 맞은 미셸이 꾸역꾸역 먹다만 시를 토한다 <가출>미라 제목이 변한 찢어진 시를 토한다
-제5회 <시와 사상> 신인상 당선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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