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업 시인 / 공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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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업 시인 / 공
1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고,어느 시인은 말했지만 사람들은 공만 보면 무조건 차고 본다 기를 쓰고 달려든다 마치 공 속에 뭔가 들어 있기라도 한 듯 갖은 방법 다해 어떻게 해보려 한다 공은 둥글어서 충분히 서럽다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는 비밀처럼 공이라는 것은 텅 비어있어서 실체가 없다 공 속에는 그냥 텅 빈空이라서 아무 데고 비천하게 굴러다니다 보이지 않는다
2 냄새 풀풀 나는 지구같이 구겨진 모습으로 하수구에 처박힌 공 몇몇 일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아 자신이 버려졌다는 생각이 드는지 누군가 한번 발로 세계 차주길 기대하다 이내 공은 집착을 버리기로 했다 누추해진 지구가 자신의 상처를 둥그스름히 끌어안은 채 살아가듯 下水따라 서서히 몸을 풀어보는 것이다 아직은 괜찮다는 식으로
-현대문학 2009년 9월호
김희업 시인 / 통조림 보고서
바다를 분양 받아 독과점하려는 주주와 끌려가지 않으려 완강히 버티는 바다 오늘은 바다의 두께가 한층 얇아졌다 공판장 경매의 손짓은 생선의 죽음보다 앞서 끝났다. 그물에 걸린 어부의 땀방울이 덤핑으로 팔려나갈 즘 생선은 밤시 머문 이곳에서 생의 닻을 내렸다. 해체된 몸 이승에 대한 단편적인 기록은 모두 지워진다. 오직 깡통이란 가벼운 이름만 재활용으로 남는 텅빈 해탈 등푸른 마지막 밤을 삼킨다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비린내 바다의 주주께 감사의 기도를 그날 밤 꿈 속에서 바다를 뼈까지 샅샅이 발라먹었다.
<유통기한> 유통기한 내에 관뚜껑을 따신다면 죽음 그대로의 싱싱함을 맛보실수 있습니다. <주의사항> 굳게 닫혀있는 관뚜껑을 따실 때에는 특히 생선의 이빨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 따 십시오.
-시집 <칼 회고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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