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양왕용 시인 / 노하지 말라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9. 08:00
양왕용 시인 / 노하지 말라

양왕용 시인 / 노하지 말라

-산상수훈 묵상<13>

 

 

‘살인하지 말라’라는 계명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신

형제에게 노하지 말고

조롱하지도 말라는

당신의 뜻 행하기 정말 어렵습니다.

분노하는 상대는 전혀 남이 아니라

부모와 형제

그리고 부부 사이인 걸 어찌합니까?

부모나 형제간에

재산 때문에 미워하다가 법정에서 다투고

사랑하는 부부 사이도 말로써 상처주다가

끝내는 갈라서면서

누가 아이 맡느냐고 다투는

이 세상을 향하여

당신께서는

‘형제에게 노하거나 조롱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아

지옥 불에 들어간다‘고 하셨습니다.

믿음의 형제들 사이에도

자기가 진리 편이라고 우기다가

역시 말로써 상처받아 노하게 되어

세상 법에 호소하여 다투기를

밥 먹듯이 하는

지금의 이 세상에

형제간에도 노함을 품고 있으면

지옥 불에 던져진다는

당신의 그 강력한 경고

모두들 잊고 있으니 어찌합니까?

 

 


 

 

양왕용 시인 / 그러한 시인이 되고 싶다

-죽은 시인의 사회 13

 

 

온통 대통령 선거 기사로

신문과 방송의 뉴스가 도배되는

이 시절에

그 동안 꽃이나 바람으로

온 국민을 감동시킨 시인들이

대통령 후보 옆에서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가시 돋힌 말 쏟아내는

죽은 시인의 사회,

그렇다면 나는 시인이 아니다.

가시가 끝내 비수가 되고

그들은 시보다 그 비수로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얼굴 실리는데

그들이 쓴 꽃이나 바람의 시편들은

어느 하늘에 날아가고 있을까?

아무리 하늘 우러러도 보이지 않는데,

어서 선거의 계절이 지나고

다른 시인들이 나와

새로운 꽃과 바람으로

그들을 정말로 부끄럽게 만든다면

나는 통일이 된 이후에도

온 국민을 감동시킬

그러한 시를 쓰는 시인이

다시 되고 싶다.

정치꾼들에게 현혹되지 않고

새로운 상상력으로

굶주림의 공포에서 감동시키는

그러한 시를 쓰는

시인이 나는 정말로 되고 싶다.

 

-시집 『백두산에서 해운대 바라본다』에서,

 

 


 

양왕용(梁汪容) 시인

1943년 경남 남해군 츨생.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1966년 김춘수 시인 3회 천료(월간 시문학)로 데뷔. 시집 『천사의 도시. 그리고 눈의 나라』 『섬 가운데의 바다』 외 8 권. 연구 논저 『한국 현대시와 디아스포라』 외 7권. 시문학상 본상, 부산시 문화상(문학부문), 한국 크리스천문학상(시부문) 부산시인협회상 본상, 한국예총 예술문화대상 (문학 부문), 부산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문인협회 제26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