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시인 / 발의 건축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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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권 시인 / 발의 건축
발을 보니 모든 꽃들이 다 들어와 있다. 무위의 들판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 뿌리내리지 못한 들판의 발가락들도 꽃을 내민다.봄볕에 부풀어오른 발들이 흔들리는 허공을 새로 직조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허공은 무너지지 않는 발의 건축 남몰래 주저 앉았던 발의 기억들이 폐기 처분 전에 다시 가장 단단한 구조로 연결된 것이 분명하다. 이제 들판의 꽃들은 상처와 연대한 발이 만든다. 환하게 부르튼 누군가의 발바닥이 작고 어둔 꽃망울들을 터뜨리는 것이다 발가락 속을 장악한 땀이 파도처럼 일렁이면 보이지 않던 땅속의 꽃들도 귀를 연다. 이대로 끝인가 생각한 발들이 발을 모아 발을 내밀 때 봄은 오는 것이다. 춤은 발이 허공을 새로 놓아주는 일이다.
한상권 시인 / 김광석의 몽유도원도
김광석의 거리*에는 몽유도원도가 있다. 신천과 멀지 않은 작은 골목들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꽃나무를 펼쳐놓았다. 그러므로 몽유도원도는 우연의 일들을 필연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세운 것이다. 그래서 이 골목에서는 필연 씨들이 지워지지 않는 봄날의 사진을 남긴다. 다만 꽃을 꽃으로밖에 보지 못한 이들은 아직 꽃이 피는 골목을 보지 못했을 뿐 모두가 이 허술함을 입고 먹고 꽃핀다. 작은 기호와 암시에도 온몸으로 출렁거린다. 골목이 멈추면 꽃나무도 사라지는 율법 골목을 처음 보았거나 보지 못했거나 별이 내리면 누구나 누구의 골목이 된다.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에 있다. 옆으로 신천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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