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윤식 시인 / 피싱 사랑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10. 08:00
김윤식 시인 / 피싱 사랑

김윤식 시인 / 피싱 사랑

 

 

당신의 모든 희망이 이체되어 버린 날

 

절망도 없으니 모든 것이 공백으로 연체되고

그렇다 주문한 어제가 세트로 내일이 결제되었다가

구매한 적도 없는 현재를

아무 걱정 없는 잔고처럼 들어주는 친구를 믿고 만 거야

 

깊이 더 깊이 무너져버린 은밀한 속삭임에

빨려 들어가 버린 질문

홀린 듯 빨려들어 유출된 내 껍질로

바닥까지 끌어당긴 덫에 걸려

악성 코드처럼 네 숨이 내 앞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원한대로 떠나 버린 아무것도 만질 수 없어

실감한 관계 속

원격으로 조종하던 채널마저 사라지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닥이 없으니 중력도 없는

살려달라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추락

 

아침에 눈을 뜨고 흘러들어온 하늘을 보던

우정도 먹구름처럼 퉁퉁 불고 있다

 

 


 

 

김윤식 시인 / 연쇄 발화 꽃

 

 

누가 장마 전선에 불을 또 지피고 있는가

 

열린 창문 사이로 새어 나온 여름

탁자 위에 놓인 뜨거운 기회를 엿보던

흔들리는 양초만이 알고 있다

 

어둠을 참지 못하고 연기를 마신

불 안의 불 불 밖의 불안

불안 속으로 숨통을 틀어막고서 뛰어들고

타는 냄새까지 말라버린 그림자

기다리던 환상통을 지난다

 

뒤집힌 광기에 폭죽처럼 터지는 꽃가루들

태우고 남은 공포의 매캐한 웃음 사이로

태어난 피조물도

그 장소 거기에 또 와 보고

기웃거리는 재만 남은 꽃이 연쇄로 피고 진다

 

 


 

김윤식 시인

1969년 경기도 안양에서 출생. 아주대 심리학과 및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석, 박사 졸업. 2022년 《서정시학》 신인상 수상하며 등단. 미래 서정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