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안용산 시인 / 뿌리로부터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11. 08:00
안용산 시인 / 뿌리로부터

안용산 시인 / 뿌리로부터

 

 

밭둑으로

두 줄기 물이 서로 부딪쳐

억새를 키우고 있다

 

해마다 감자를 심으려 할 때

실하게 뻗어 들어온 뿌리와 부딪친다

뽑으면 뽑을수록 더욱 번지는 뿌리가 없다면

어떻게 그때를 알겠느냐

물이 넘쳐 발이 휩쓸려 나가고서야 보았다

 

너를 보았다

 

 


 

 

안용산 시인 / 내려칠 때 너를 보았다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내려친다

도리깨로 내려칠 때마다

털어지는 알콩들 사이로 보았다

털어지지 않는 콩깍지를 보았다

어여어여 더 세게 내려치라구 빤히 쳐다보고 있다

콩깍지 속 알콩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콩깍지를 빠져나오지 못하구 있는 지금

나를 버리지 말구 어여 나를 치라구

아픈 허리 세울 때까지 내려치구서야 비로소

콩깍지 벗고 털어지는 알콩을 봐라

 

부릅뜬 나를 본다

 

-시집 <너를 본 듯 바람이 분다>에서

 

 


 

안용산 시인

1956년 충남 금산 출생. 한남대 국어교육과를 졸업. 1985년 『좌도시』와 『실천문학』을 통하여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메나리 아리랑학』 『잡색의 노래』 『돌무야 놀자』 『바람으로 노닐다』 『콩꽃 피다』 등. 제4회 풀꽃문학상 수상. 현재 금산문화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