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호 시인 / 망명시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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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호 시인 / 망명시인
나이 먹으니 알겠더군 평생 남의 무덤이나 짓다가 결국은 순장당할 팔자라는 거 키만 한 등짐 지고 뒷골목 종종거리다 사라진 사람들 발버둥 쳐야 벌금 고지서 하나 못 당하는 신세 차라리 네게 망명해 새로운 나라나 만들까 가난한 아이를 위한 헌법을 만들고 외로운 여자를 위한 군대를 훈련시킬까 남을 종으로 부리는 세상 깊은 해자 파고 높은 성을 쌓고 내 손으로 만든 왕관을 쓰고 옥좌에 앉아 모자란 자들이 다스리는 저 슬픈 나라를 아무 미련 없이 내려다볼까
전윤호 시인 / 더 깊은 긍정
저 개도 안 물어갈 놈 아버지가 화나면 하던 말이 자꾸 귓전에 울린다. 입 하나가 두렵고 손 하나가 아쉽던 가난한 가족 불여시 같은 년 아내는 그런 말을 가슴에 담고 산다 내 속에서 개는 늙고 여우는 잿빛이 되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밉지 않다는 것 벌써 후반전 이번 생은 점수만 까먹었지만 승부는 아직 모르고 나는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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