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덕 시인 / 한산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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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덕 시인 / 한산도
한산도 달빛을 켜 임진년 그날들 본다 당긴 활줄처럼 사위는 팽팽하고 수천의 표창으로 뜬 별들은 삼엄하다
어지런 물살에도 운주당은 꿈쩍 않고 병사들의 다급한 발 밤을 울리고 있다 바람도 칼날을 갈고 대열을 정비한다
칼집을 벗어날 시간 언제여도 좋으리 산도 물도 함께 붉을 그날을 바라며 서늘한 장검* 두 자루 장군의 맹세 또 듣는다
*각각 삼척서천(三尺敍天) 산하동색(山河勅色), 일휘소탕(一輝掃蕩) 혈염산하(血染山河)라는 글귀가 새겨진 이순신의 보검들. 현재 아산 현 충원에 보관되어 있다.
강현덕 시인 / 늙은 기타리스트
고개를 푹 떨군 채 기타를 부둥켜안은 야위고 긴 손가락 늙은 기타리스트 간신히 찾아낸 음에서 푸른 물이 번진다
궁전 기둥에 기대 알람브라를 연주할 때 그녀를 떨게 했던 애잔한 트레몰로 이제는 아무리 튕겨 봐도 푸른 물만 번진다
어둠의 잔치김 소리 긴 밤이 오고 있다 쫓아낼 등잔이 없어 푸른 물은 더 번진다 기타가 그를 껴안는다 밤이 먼저 덮기 전에
* 늙은 기타리스트 : 피카소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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