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강현덕 시인 / 한산도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12. 08:00
강현덕 시인 / 한산도

강현덕 시인 / 한산도

 

 

한산도 달빛을 켜 임진년 그날들 본다

당긴 활줄처럼 사위는 팽팽하고

수천의 표창으로 뜬 별들은 삼엄하다

 

어지런 물살에도 운주당은 꿈쩍 않고

병사들의 다급한 발 밤을 울리고 있다

바람도 칼날을 갈고 대열을 정비한다

 

칼집을 벗어날 시간 언제여도 좋으리

산도 물도 함께 붉을 그날을 바라며

서늘한 장검* 두 자루 장군의 맹세 또 듣는다

 

*각각 삼척서천(三尺敍天) 산하동색(山河勅色), 일휘소탕(一輝掃蕩) 혈염산하(血染山河)라는 글귀가 새겨진 이순신의 보검들. 현재 아산 현 충원에 보관되어 있다.

 

 


 

 

강현덕 시인 / 늙은 기타리스트

 

 

고개를 푹 떨군 채 기타를 부둥켜안은

야위고 긴 손가락 늙은 기타리스트

간신히 찾아낸 음에서 푸른 물이 번진다

 

궁전 기둥에 기대 알람브라를 연주할 때

그녀를 떨게 했던 애잔한 트레몰로

이제는 아무리 튕겨 봐도 푸른 물만 번진다

 

어둠의 잔치김 소리 긴 밤이 오고 있다

쫓아낼 등잔이 없어 푸른 물은 더 번진다

기타가 그를 껴안는다 밤이 먼저 덮기 전에

 

* 늙은 기타리스트 : 피카소의 그림.

 

 


 

강현덕 시인

경남 창원 출생. 1994년 《중앙일보》 지상시조 백일장 연말장원,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한림정역에서 잠이 들다』 『안개는 그 상점에서 흘러나왔다』  『첫눈 가루분 1호』 『먼저라는 말』 『너는 내가 찾는 사람이 아니어서』.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한국시조작품상 수상. 현재 <역류>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