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휘석 시인 / 생존 게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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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휘석 시인 / 생존 게임
건강한 사람이 되려고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꼬박 꼬박 먹었다
미래에는 사람 대신 건강만 남을 것이다
빛을 맹신한 비둘기가 창문에 머리를 박는다
- 시집 『우리 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 (문학동네, 2023)
류휘석 시인 / 또 봐요 다음에
죽은 나무가 입구가 된 숲에서
줄에 묶인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이따금 사람들은 숨을 멈추고 죽은지도 산지도 모르는 나무와 사진을 찍는다
계절감이 사라진 숲은 넓은 관처럼 고요하다 나무 위에 내려앉은 빛이 굴절하며 출구로 뻗어나가는 동안 나는 숲길을 다 걷고 돌아와 입구부터 다시 산책을 시작한다
밝은 옷을 입고 숲을 걸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먼발치에서 출구를 발견한 사람이 소리치고 안내문에 따라 천천히 사람들의 숲을 빠져나간다
나는 그곳에 서서 빛이 다 모일 때까지 네가 도착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살아 있다가
죽은 나무에 손을 올리고 빛으로 가득한 장례를 치른다
바람이 몇 차례 손을 감쌌다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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