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옥 시인 / 가웃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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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옥 시인 / 가웃
곡식 한 되 그 반을 일컬어 가웃이라고 한다 정확한 양보다 살짝 웃도는 그 분량 그것은 저울의 마음이 아니고 눈금도 아니다 눈대중으로 통하는 양과 길이의 단위 그 말에는 엄마가 들어있다 반은 명확하지 않거나 늘 모자라는 말이다 사람에게 반은 존재하지 않음으로 이때 분별은 잊어도 좋다 그건 사후의 일이기도 해서 반은 과거일 때가 많다 알고 보면 참 외로운 단위 자주 외면 받는 반(半)에게 홀수는 없다 반에서는 덜어내는 일보다 채우는 일이 더 쉽다 단추들은 다 옷의 반 그 지점에 있다 지퍼들도, 반이 없으면 온전함이란 늘 풀린 앞섶 같을 것이다 가웃이라는 말 그 안에는 너무 가볍거나 무겁지 않은 인심 좋은 난전의 잡곡들이 있다
노수옥 시인 / 간 빠진 시대
간과 쓸개를 빼놓고 출근을 하는 샐러리맨들 어젯밤TV에서 곰 한 마리가 챙겨준 간장약을 들고 나간다
전철 손잡이에 매달려 한 남자가 졸고 있다 축 처진 어깨에 토끼 같은 딸을 등짐처럼 지고
깜박 잊고 쓸개를 챙겨 온 이대리는 팀장의 불호령을 참지 못해 오늘 사직서를 던졌다 연신 허리를 굽실거린 쓸개 빠진 놈만 살아남았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이대리 점심으로 동태탕을 먹는다 쓸개 터진 동태탕 입 안이 쓰다 아무리 뒤적거려도 간은 보이지 않는다
퇴근시간 모두 포장마차로 몰려간다 간이 없으니 소주를 들이켜도 상관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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