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혁 시인 / 턱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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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혁 시인 / 턱선
서로 다른 골격을 가진 해안선
푸른 말들이 쏟아내는 거품 속에서 뒤틀린 혀의 관절을 기억해
허술한 두개골을 받치고 있던 두 손 썰물이 두고 간 파도소리에 기대고 있어
낯선 백사장을 따라 몇 바퀴 귓바퀴를 돌아보면 원점에 가깝게 중심이 멀어져 있지
구명조끼 같은 입술을 붙들고 표류하는 삐걱거리는 침묵은 아직 스스로 가라앉는 법을 몰라요,
너의 해안가, 허공의 난파선 한 척 커튼을 열고 흘러내린 그곳엔
가슴 밑바닥까지 이어진 물길이 열리죠 몸통 없는 지느러미만 파닥거리죠
붉은 방 갯벌이 깊어지는 계단 하얀 방파제로 버텨온 이빨 시려와
기혁 시인 / 나르키소스와 물고기
흐르는 물결 위에 글씨를 쓴다
또박또박 백지를 떠올리며 쓴 문장들이 손끝을 밀고 떠날 때
나는 그것이 허구를 향해 번져나가는 물고기 떼인줄 알았다
서로의 아가미를 들락거리는 투명한 굴곡에 몸을 내맡기고서 타인의 속내로 직진해 온 햇살의 화창에 비늘을 반짝거렸다
물고기들은 사랑을 모르고 있으므로 촘촘한 이별의 은유로도 연민 가득한 비문으로도 그물을 만들 수 없었다
하구를 지나 까마득한 적도의 바다 한복판에서 문득 하다 만 말들이 지느러미를 붙들 때 비로소 글씨와 함께 번져버린 한여름과 그 풍경 위로 떨어진 몇 방울 눈물을 기억한다 고백은
물고기를 모신 자들의 눈거풀 같은 것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면 별빛의 고요에도 비린내가 난다
회귀하는 문장을 본 적이 있는가 망망대해의 어둠 속에서 보았던 폐허가 시냇가까지 따라온다
쓴다는 본능을 좇던 물결에 얼굴을 디밀고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상처들과 구겨진 삶의 필름을 어루만진다 사랑을 모르는 자의 표정으로 거울 속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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