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sy Kim 시인 / 양파의 끝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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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 Kim 시인 / 양파의 끝
묻어둔 이름이 자라는 소리
설거지를 멈춘 엄마가 나를 들여다본다
모서리가 닳은 방에 잠긴 맨발 낱장이 찢어지는 속도의 결정
천진한 싹은 위태롭고 겹겹 규칙은 원을 그리며 돈다 불안한 속지는 얇아지고 마음이 빠져나간 바깥은 방황한다
두 손을 모아 껍질을 부비면 끈끈해지는 소용돌이 얼었다 녹은 것처럼 흐물해지는 눈가
유리컵이 테두리를 잡고 있던 엄마의 품을 떠나간다
단단한 근심이 쏟아져 내린다 층층 겉돌던 뿌리가 바닥이 젖어서야 서로에게 가 닿는 이음새
작별 인사처럼 양파라는 낱말을 이해한다
간격 사이로 흰 암벽 같은 가족들이 매운맛을 주우며 지나간다
Daisy Kim 시인 / 플리트비체의 겨울
우리는 여름으로 가는 방향을 몰라서 버려진 빵조각을 따라 희게 빛나는 계절을 걸었다
눈앞에 나타난 겨울이 얼어붙었고 여기가 내 세계라고 착각했다
쌓아온 관계가 부패한 빵처럼 바닥에 달라붙은 이끼들
나무의 어깨가 흔들리면서 손가락이 톡톡 겨울의 깃털을 건드리면 어느새 날아가고 마는, 그 이름
살갗으로 쏟아지던 폭포에 질문처럼 거듭거듭 매달리며, 미끄러지지 않고 견디는 투신은 없다고 죽은 물의 화법으로 이름을 새겼다
소나기가 쏟아졌고 버려진 빵조각이 씻기고 언 가슴이 녹는 소리가 호수 위에 내려앉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제를 말하면서 에메랄드빛 여름이 궁금하다던 너는 침묵했고
빛나는 이름을 벼랑에 새기고 싶어,
천천히 가는 뒷모습 작아지는 등이 오래도록 젖었다
-『시와문화』 2020-가을(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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