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현 시인 / 주전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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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현 시인 / 주전자
난 대체로 구타를 많이 당해 우그러진 얼굴에는 세상의 험한 다리 건너 온 사내들의 지문이 빽빽하지 여기저기 선창을 건너다보며 바다 바람을 뚫고 온 고래들 삼삼오오 매케한 연기 사이로 푸짐한 등짝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부르는 노래 ‘황제여 잔을 받아라 이 잔은 이별의 잔 나 싫다고 가는 세상 붙잡아 맬 수 있나...’ 기차화통 같은 그 목청에 난 불을 당기거나
때 묻은 주모의 행주치마에서 아직은 쓸만한 빈대떡집 작부의 손에서 손으로 유전하지만 명문가의 식탁을 넘보는 일 별로 없어 난 대체로 한 평 반의 인생과 한 평 반의 객기와 한 평 반의 허풍을 마시고 살지 체코 크리스탈이나 터키잔과는 어울리지 못해 흰 얼굴의 상아가 마시는 그런 것 보다는 막걸러진 인생과 헤벌쭉한 중년들에 둘러싸인 싼 술 얼룩진 질펀한 바닥과 대체로 마주 하지
김자현 시인 / 초겨울 하늘에 귀를 다는 사람
김형! 여전히 창백하구료 말라르멘지 보들레른지 걷어치우소 어제는 하늘에 길을 깔자 배추 잎을 서너 장 쥐어주더군 굴뚝장이처럼 왼팔에 여러 겹 감고 올라간 전선 풀어 오늘은 창창 푸른 하늘에 귀를 달았소 어제처럼 배추 잎 여러 장을 손에 쥐자 갑자기 내 추녀에 등 하나 콱- 켜지는 거요 청금 갑옷의 여치 풍뎅이와 여름내 언어를 틔워봐야 김형! 내일도 곰팡이 핀 원서(原書(원서))를 들고 은행나무 좋은 햇살을
찾아 돌아야 하지 않겠소 위험하지만 전봇대 올라 끊었다 이었다 하늘에 길을 깔고 놓고 이 도시 정적을 내가 책임지기도 하오 더구나 제 어둠을 밀어낼 수도 있고 바람에 귀를 뚫는 일이니 직업치곤 꽤 괜찮지 않소? 포도주는 말고 오늘 닭똥집에 내 소주 한 잔 사리다 건너편 기슭 우리 마을에도 이제 웬 달도 하나 뜹디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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