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한강 시인 / 새벽에 들은 노래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14. 08:00
한강 시인 / 새벽에 들은 노래

한강 시인 / 새벽에 들은 노래

 

 

봄빛과

 

번지는 어둠

 

틈으로

 

반쯤 죽은 넋

 

얼비쳐

 

나는 입술은 다문다

 

봄은 봄

 

숨은 숨

 

넋은 넋

 

나는 입술을 다문다

 

어디까지 번져가는 거야?

 

어디까지 스며드는 거야?

 

기다려봐야지

 

틈이 닫히면 입술을 열어야지

 

혀가 녹으면

 

입술을 열어야지

 

다시는

 

이제 다시는

 

 


 

 

한강 시인 / 새벽에 들은 노래 2

 

 

언제나 나무는 내 곁에

 

하늘과

 

나를 이어주며 거기

 

우듬지

 

잔가지

 

잎사귀 거기

 

내가 가장 나약할 때도

 

내 마음

 

누더기,

 

너덜너덜 넝마 되었을 때도

 

내가 바라보기 전에

 

나를 바라보고

 

실핏줄 검게 다 마르기 전에

 

그 푸른 입술 열어

 

 


 

한강 시인

1970년 광주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 소설가.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 수상 : 만해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2017년 『소년이 온다』로 말라파르테상.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