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완수 시인 / 꽃무릇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15. 08:00
김완수 시인 / 꽃무릇

김완수 시인 / 꽃무릇

 

 

다음 생엔 꽃무릇으로 태어나리라

외딴 산기슭도 좋으니

무릎 높이로 자라

당신의 걸음걸음 잡아채리라

나를 보지 않는 당신

눈 돌리면

우르르 지천으로 피어나고

눈감으면

시뻘건 목소리로 부르리라

 

가을밤 달빛도 없어

그냥 지나칠 땐

축축하게 말해 보리라

바람처럼 꽃대만 건드려도

나는 발 아래까지 달아오르리

 

내 푸른 잎 같은 당신

내가 하늘 향해 누운 것은

당신이 하늘이기 때문

당신을 보지 못환다 해도

다다음 생엔 또 꽃무릇으로 피어나리라

 

-시집 <브라질에 내린 눈>

 

 


 

 

김완수 시인 / 풀뿌리 평화

 

 

집을 나서기만 하면 험한 세상이었는지

대문 밖 골목에 난 잡풀과의 싸움은

소요를 진압해 가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도로 아미타불 같은 질서 유지라 하지만

추석 무렵 반가운 혈육이 온다기에

진압용 무기를 들어 잡풀들 또 뽑았다

 

밤새 시푸른 모의謀議로 독기 질끈 품고서

무성한 힘만 믿고 연좌 시위 하는 것들

가을날 볕과 비 함께 울력해 온 거구나

 

어! 시위대 속에서 불쑥 꽃을 내밀며

골목의 평화주의 부르짖는 국화菊花하나

제초제 극약 처방은 멋쩍어 쏙 들어가고

 

강마른 호전성에 씨 붙는 국화의 말

평화를 행하는 게 어려운 일 아니구나

평화는 집 앞에서도 시작될 수 있구나

 

-시조집

 

 


 

김완수 시인

​201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시조) 당선. 2015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21년 《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소설) 당선. 시집 『꿈꾸는 드러머』 『브라질에 내린 눈』. 동화집 『웃음 자판기』, 시조집 『테레제를 위하여』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