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샤박 시인 / 표정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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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샤박 시인 / 표정
긴 머리카락을 가진 겨울이 가르마 진 골목길 사이로
반쯤 지워진 교회 종소리 밑에서 구원을 기다리는 비둘기
누군가 버린 바나나 껍질이 겨울나무 밑에서 늙어가고
푸드득 새 한 마리
얼음 깨지는 소리에 놀라 부러지려던 나뭇가지가 멈추어 선다
코샤박 시인 / 타로를 보는 여인
머릿속의 모든 것이 자살했어요. 프라나 카페에서 타로를 보는 그녀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허공에서 목소리를 꺼냈다.
더듬거리는 벚꽃이 나무에서 뛰어내리고 독신자로 태어난 달은 밤마다 번식을 하네. 식물은 낮의 길이로 계절을 알아보지만 나의 눈을 알아보지 못하네. 마음의 껍질들이 만든 정원에서 길을 흘리면 너의 발자국으로 옷을 해 입네, 밤을 달래네. 벼랑 위를 날다 떨어져 죽은 독수리는 자유로운가. 낙타의 몸에서 사자가 태어난다면 배신의 증표인가. 별의 꼬리 끝에 벌거벗고 앉아 점을 치는 여인아, 해를 보다가 눈이 먼 사람은 달을 보며 눈이 먼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네.
커피가 식기도 전에 기차는 문 앞에 당도하고 너의 얼굴을 차표로 내미는 일은 이 시대에는 괜찮은가. 웃는 구렁이를 본 적이 있다는 부처의 배를 갈라 그의 부처를 꺼내는 일은 한 손에 꽃을 들고 해야 하는 일이라서, 그렇다면 꽃으로 피어오르는 건 무엇이든 믿을 수 있는가. 그 밑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거북이 한 마리에게 바닷소리는 꽃이다. 마음의 냄새를 맡으며 돌아앉은 돌부처와 입을 벌리고 또아리 튼 뱀의 경계에서 헤매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상처 때문에 길가에 선혈처럼 쏟아진 꽃들도 경계에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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