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손지안 시인 / 마네킹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16. 08:00
손지안 시인 / 마네킹

손지안 시인 / 마네킹

 

 

도시는 유리벽으로 욕망을 흔든다

기술 면허를 입고 고체로 굳어진 지 오래

눈을 감아본 적 없어

불 꺼진 밤에도 눕지 못하는 운명

화려한 쇼윈도 생활이 그렇다지만

마구 벗겨져 팔을 빼고 다리를 빼고

날마다 능지처참이다

곰이라도 되어 백일 간 마늘만 먹는 꿈을 꾼다

그러나 아무리 나를 버려도

다시 나로 되돌아오는 거만한 부활이 슬프다

작은 풀꽃 앞에서라도 조아리면 유연해지려나

유리 밖

유행은 늙어 세상을 떠도는데

나는 늙지도 못한다.

 

 


 

 

손지안 시인 / 다이어트

 

 

해부학 수업시간

해골 교수가 입맛을 다시며

-굽어보니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영혼이 맑아지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미래를 좋아하고

꿈꾸는 인간이라지만

내 모습을 미리 따라 하는 이유가 뭔가-

짧아진 미니스커트만큼 제삿날도 줄어드는 터라

일 년에 서너 번 얻어먹던

고봉의 밥도 이젠 보기 힘든데...

 

 


 

손지안 시인

경남 밀양 출생. 2016년 계간 서정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물속도시」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