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안 시인 / 마네킹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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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안 시인 / 마네킹
도시는 유리벽으로 욕망을 흔든다 기술 면허를 입고 고체로 굳어진 지 오래 눈을 감아본 적 없어 불 꺼진 밤에도 눕지 못하는 운명 화려한 쇼윈도 생활이 그렇다지만 마구 벗겨져 팔을 빼고 다리를 빼고 날마다 능지처참이다 곰이라도 되어 백일 간 마늘만 먹는 꿈을 꾼다 그러나 아무리 나를 버려도 다시 나로 되돌아오는 거만한 부활이 슬프다 작은 풀꽃 앞에서라도 조아리면 유연해지려나 유리 밖 유행은 늙어 세상을 떠도는데 나는 늙지도 못한다.
손지안 시인 / 다이어트
해부학 수업시간 해골 교수가 입맛을 다시며 -굽어보니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영혼이 맑아지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미래를 좋아하고 꿈꾸는 인간이라지만 내 모습을 미리 따라 하는 이유가 뭔가- 짧아진 미니스커트만큼 제삿날도 줄어드는 터라 일 년에 서너 번 얻어먹던 고봉의 밥도 이젠 보기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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