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우중화 시인 / 쇠똥구리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16. 08:00
우중화 시인 / 쇠똥구리

우중화 시인 / 쇠똥구리

―어머니

 

 

쇠똥구리가 소똥 말똥을 굴려요.

코끼리똥 뱀똥 쥐똥도 굴려요.

먼 옛날에는 공룡똥도 굴렸어요.

태양을 등지고 굴리며 가요.

둥글게 둥글게 다듬으며 가요.

태양이 없으면 달빛으로 굴려요.

밤에는 북극성이 길을 잡아줘요.

황토길 돌밭길 언덕배기도 굴려요.

수컷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굴려요.

길을 잃어버리는 날이 없어요.

똥 속에서 아이들이 놀아요.

 

―시와소금 2021년 여름호

 

 


 

 

<제6회 아라작품상 수상 작>

우중화 시인 / 하루마다의 진화

 

 

 하릴없이 동네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똥개가 되기도 한다. 질주하는 승용차 등허리에 달라붙은 나방이 되기도 한다. 쓰레기통을 뒤져 먹다가 탈이 나는 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빗속에서도 날 수 있다는 모슬포 나비가 되기도 한다. 내가 만들어낸 것과 잃어버린 것들 사이에서 변하지 않는, 옷가게 안에서 어설프게 웃는 마네킹이 되기도 한다. 온종일 종종거리며 로봇을 달래는 엄마가 되기도 한다. 하루가 말짱 도루묵이라고 했다가 앗, 뜨거워 하기도 하고, 두 걸음 물러선 자리에서 세 걸음 뛰다가 넘어지고는, 내일 다시 살고 싶기도 하고 그만 하루가 끝나기도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도 핑핑 돌아가는 하루를 버틴다. 날지 못하는 날개를 접고 알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 간다. 하루 한 번씩 사는 것도 벅찬 이것도 하루마다의 진화이다.

 

―열린시학 2021년 봄호

 

 


 

우중화 시인

2019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주문을 푸는 여자』 『반과 반 사이의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