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시인 / 소리지옥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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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시인 / 소리지옥
이, 천년 전의 마야 인형은 마른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웅크려 울고 있다
들어서는 안 될 소리가 파고 들어온다, 어쩌랴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던 자세가 몸부림친다 저렇게 산채로 굳었으리라
소리는 이미 돌 속에 단단히 스며들었는데 소리는 몸을 깨뜨리고 찢고 電氣처럼 우는데 어쩌면 그것은 원래 몸속에서 나타났던 것이었는데 어쩌면 그것은 세상 밖에서 홀연 들려오던 것인데
이 천년의 돌사람은 아직도 어딘가로 숨으려는 듯 웅크리고 있다
천지에 가득한 울음 들어오지 말라는 듯, 그러나 다시 보면 그 소리 절대로 내보내지 않으려는 듯 결사적으로 두 귀를 틀어막고 울고 있다 소리 내지 않고, 죽지도 않고
이영광 시인 / 낚시터 여자
명주실이 동굴의 깊이를 다 뽑아내듯 생이 질주해 간 여자 동물의 상처를 가진 여자 어리기만 한 기억을 자꾸 게우며 늙지 않는 여자 라일락 라일락 흐린 물 저어 와서는, 깨는 일 고단해 칼끝같이 조는 여자 깨우면 깨질 것 같은, 잠시 풍경이 되었다가 떡밥처럼 꿈에 담겼다가 화들짝 사람으로 낚여 올라오는 여자 저 앉았던 플라스틱 의자에 다 돌아오지 못하는 여자 깨지 않으며 잠들지 않으며 졸음에 낚여 들어가는 여자 생각하지 않는 여자 생각하면 죽고, 생각하면 살고, 낚시줄이 꿈의 속살을 다 누비도록 피 흐르지 않던 여자 여자였던 여자 아, 여자는 많고 여자의 꿈은 깊어서 이 강산 낙화유수 어디에나 하나쯤은 섰던 듯한데 그리워 손짓하면 없는 여자 사랑없이, 사랑없이, 사랑하자고 사랑만 하자고 덤비는 낚시터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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