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시인 / 죽은 소나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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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시인 / 죽은 소나무 나는 무엇을 보고 흔들리는 걸까 죽은 소나무 그 끝에 붉게 달려 있는 솔방울 그 끝의 바람 혹은 새 아니다 나는 죽은 소나무가 가져온 기억에 흔들리고 있다 해 뜨는 쪽이 아닌 곳으로 팔을 뻗었던 소나무가 있었다 그게 운명이었는지 실수였는지 저항이었는지 모르지만 소나무는 죽었다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은 많다 살아남은 자들은 자유롭기 어렵다 그래도 저 소나무는 죽어서 십 년을 간다 그 자리에서 죽은 소나무들이 자유로운 그 비탈에 서 있었다 -시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허연 시인 / 그 산을 내려오지 못했다
몇 년째 아직도 그 산을 내려오지 못했다. 취한 자와 취하지 않은 자의 경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저주를 퍼부으면서도 걸었다. 어려운 것들은 전부 내려오는 길에 몰려 있었고 길은 능청맞았다. 아주 자주 어이없이 작은 자갈들이 길을 막아섰다. 지층에서 기어 나왔을 하찮은 알갱이들이 반짝이며 날 아프게 했다. 기억은 여지없이 기억일 뿐이었다. 거대한 것들은 차라리 돌아서 갈 수 있었다. 우회할 수 없는 이 사소한 것들이 결국 내 길을 막았다. 주워 담을 수 없이 오랫동안 작고 아팠던 것들은 내려가는 길에 다 있었다. 내가 산에 갔던 날부터 지금까지 어떤 기억도 소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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