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 사막의 꽃 외 1편
|
김신영 시인 / 사막의 꽃
상처를 잊은 지 오래 너를 잊은 지 오래 네가 사막의 바람을 맞다 사라진 시간보다 더 오래 오늘을 기다려 왔다 드디어 폭풍이 밀려온다 나는 그저 모래바람이 실어오는 폭우를 너를 잊어버린 내 가슴구멍에 하늘 가득 퍼 놓으면 된다 삼천일*을 거침없이 기다렸다 언제 다시 태풍처럼 불어 닥치는 이 거센 바람을 만날지 모른다 나는 젖은 모래 속에 황급히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일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재빠르게 꽃대궁을 밀어 올렸다.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일곱째 날이면 마른 바람을 맞으며 다시 씨로 돌아가 언젠가 오늘이 되기까지 나의 나됨을 지우고 너의 기억조차 모래 속에 묻어 버리고 사막의 비바람을 기다릴 수 있다 시간 속에 나를 묻고 한차례 폭우가 몰고 올 환희의 그 날을 그 언젠가 꽃이 되는 일주일을 쓸쓸한 지 오래도록 오롯이 기다릴 수 있다
*8년 80일의 나날.
김신영 시인 / 메신저 네트워크
이역만리 타국에 있는 네게 쪽지로 문자를 보내는 밤 엠피쓰리MP3 속에 세느강이 있고 화면 앞에 모네의 연꽃 밑그림에 불어들이 떠오른다 이쪽에서 이름을 부르면 저쪽에서 대답을 보내온다 즐거운 음악이 귓가에 있고 보고 싶은 사람이 화면에 글로 나타나고 어머니도 엔터키 한번에 편지를 받고 나도 어머니의 엔터키에 깊은 사랑을 받는다 사진을 올려놓고 자랑하다가 밤이 사라진다
멀고 먼 지구 반대편 이역만리 떨어져 있다 해도 화면 앞에 앉으면 지척이 되는 메신저 네트워크 강변은 사람들 그림자 넉넉하고 낭만의 곡조가 흐르고 행복에 박자를 맞추어 답장을 하고 다시 돌아온 메시지의 감격시대 외로움과 그리움에 기진하여 잠이 들 오늘이 행복에 겨워 잠이 들 오늘로 변하여 소식 못 들어 애닳던 우리들의 편지가 구절구절 행복으로 다가오는 연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