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시인 / 감촉여행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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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인 / 감촉여행
도시는 딱딱하다 점점 더 딱딱해진다 뜨거워진다
땅 아래서 딱딱한 것을 깨오고 뜨거운 것을 깨와 도시는 살아간다
딱딱한 것들을 부수고 더운 곳에 물을 대며 살아가던 농촌에도 딱딱한 건물들이 들어선다
뭐 좀 말랑말랑한 게 없을까
길이 길을 넘어가는 육교 바닥도 척척 접히는 계단 길 에스컬레이터도 아파트 난간도, 버스 손잡이도, 컴퓨터 자판도 빵을 찍는 포크처럼 딱딱하다
메주 띄울 못 하나 막을 수 없는 쇠기둥 콘크리트 벽안에서 딱딱하고 뜨거워지는 공기를 사람들이 가쁜 호흡으로 주무르고 있다
함민복 시인 / 원圓을 태우며
불타는 나무토막이 불꽃으로 푸르던 시절 제 모습을 그려 본다 불꽃으로 뿌리내렸던 산세를 떠올려 본다
살며 쪼였던 태양빛을 토하며 조밀한 음반 기억의 춤 나이테를 푼다
새의 날갯짓 활활 눈비바람 꺼내 불바람 흔들림에 대한 기억으로 흔들리며 불꽃은 타오른다
출렁출렁 빛 그림자 달빛도 풀린다
젖은 나무는 연기도 피워 보지만
원 탄 재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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