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륭 시인 / 개는 모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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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 시인 / 개는 모름
어떤 날은 베개가 침대를 내려와 개처럼 짖는다.
내가 모르는 아주 먼 곳에서 자꾸 아는 이야기가 찾아온다는 듯
개 옆에는 개, 달 옆에는 달 그러나 개는 달처럼 반으로 접을 수 없고 낮보다 밤이 먼저여서
개의 발을 가만히 묶어놓는 빗소리 베개 대신 침대 위로 기어올라 자라기 시작한다.
괭이밥처럼, 좋다. 누워, 라고 노란 목소리 같은 걸 꺼내 내가 나에게 괜히 겁주지 않아도 되는 침대
풀밭에서 시들어가는 여자의 품속에서 발꿈치를 든 아기 꿈을 꿨다.
아직 오지도 않은 죽음이 속으로 하는 말을 들었다는 듯 뼈다귀를 핥아주는 침대
어떤 가난은 개를 참 많이 키운다.
개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목이 긴 장화를 신고, 가만히 여긴 어디쯤일까?
밤을 홀딱 벗겨놓은 침대가 타자기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김륭 시인 / 부리가 샛노란 말똥가리 두어 마리 데리고
내일의 날씨가 우산을 들고 뛰어올 때까지 빗소리를 심었다 화분 가득
끓는다. 아직 태어나지 못한 말이 있어서, 누구십니까? 나는, 내가 만들지 않은 사람 나는, 끝이 난 다음에 시작되는 이야기 나는, 시작되지도 않고 끝이 나는 이야기 나는, 빗방울처럼 움켜쥔 배꼽으로 세상을 내려쳐보는 이야기여서, 그렇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마음은 찢어지는 게 찢어지지 않는 것보다 낫다*
천변 어딘가에 그림자를 숨긴 새들은 인간의 노래에서 도망 나온 글자들을 쪼아댔다
벌레보다 못한 말, 서서 잘 수 없는 말로 꿴 책이라니
엄마, 엄마는 왜 벌써부터 누워있는 거야
부리가 샛노란 말똥가리 두어 마리 데리고 죽은 듯 가만히 누워서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떠내려오거나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떠내려가다 보면
내가 가진 내 얼굴을 울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니
그래서 갑니다 이젠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당신에게 이번엔 엄마라고 불렀으니까 다음번엔 자기라고 불러도 될까, 하고 벚꽃고양이처럼 한쪽 귀 접어서
마지막 햇볕을 쬐는 듯 오늘의 기분이 우산을 들고 내일로 뛰어가 두 번 다시 오지 말라고, 나는 나 없어도 울지 마, 라는 책에 몸을 비끄러매는 것이다
* 메리 올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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