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점 시인 / 언제나 언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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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점 시인 / 언제나 언니
그는 언제나 집안의 홍 반장 동생이 여섯
베틀에 앉아 뚝딱뚝딱 베를 짜고 동생들 머리를 감겨 주고 묶어 주고 아모레 화장품 가방을 들고 골골이 찾아다닐 때 그의 어깨는 오른쪽으로 기울고
오만 원짜리 지폐를 택시 창밖으로 내던지고 어린 조카 미미의 집 커튼을 달고
사계절이 있듯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네 번의 쉼표와 네 번의 마침표 그는 과연 누굴 사랑했을까 미끈한 다리로 미니스커트를 입고 용두산 엘레지를 익숙하게 부르고
그는 언제나 집안의 홍 반장 사랑하는 조카가 열여섯 이제는 돌아와 6인실 요양병원 침상에 누웠다
집안의 역사였던 그가 창밖 단풍나무 쪽으로 돌아눕는다 가을비는 연거푸 한낮의 길을 지우고 앞차의 전조등을 지운다
박홍점 시인 / 눈을 붙일 수 없어 벌판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날 때 슬그머니 날개가 돋아난다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떠나온 벌판 일종의 금단증세 출입구 비밀번호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손 내민다
텅 빈 휴일 물티슈를 뽑아 남아 있는 출렁임과 마우스의 지문을 닦는다 괜스레 열어 보는 냉장고 환하다 쉬지 않고 환하다 삼 년 만에 한 번씩 실시되는 정기 점검 그때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였을까?
까만 화병 속에서 흰 실뿌리들 밀어내며 키를 키운다 금전수라는 이름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명명이다 물 몇 방울이 책상 위에 떨어진다 떨어진 물방울이 한 번 더 투명을 닦는다
책상 아래 슬리퍼는 깜깜하다 폭포처럼 빠르고 거세었던 날들 한 번도 퇴근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열정들, 어림잡아 이천이백스무 날 감정을 돌보고 표정을 살피느라 잠 못 들었던 페이지들 가파른 밤들
숲으로 가는 길 마사토 위에 혹은 팔 차선 횡단보도 앞에서 늦은 사직서를 쓴다 지금은 창밖 무성했던 플라타너스 이파리들이 둥글어지며 습기를 날리는 중 영근 씨앗들은 도움닫기를 한다 몸에게 미농지처럼 얇았던 감정에게 맹세 같은 것을 한다
-시집 『언제나 언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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