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우 시인 / 깊은 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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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시인 / 깊은 눈
내 눈동자 속에서 자기 날개의 물빛 흔들림을 보았을까 배밀이로 생을 배워 날개를 얻은 배추흰나비
나비 날개 줄무늬에서 굳은살이 늘어가는 발바닥을 본다 배밀이로 생을 배워 두 무릎을 얻은 나
마주 본다는 것 이전 생의 내 날개를, 그의 무릎을 알아내고 고개 끄덕이며 한 송이 솔개 그늘에 다가앉는 일
김수우 시인 / 설형문자 새벽
찐득하다 베개맡에 묻어나는 새벽 코울타르 같은 정적이 마을버스 시동을 거는 소리 또 한 자루의 신화가 출발하는가
새벽은 언제나 소리로 온다 기억이 녹슨 손잡이를 돌리는, 깨우기 전 꿈을 깬 늙은 아이가 판도라 상자를 부스럭 부스럭 들추는, 멍든 손톱의 소리 소리 희미한 것이 희미한 것을 얼르는, 덜걱거리는 것이 덜걱거리는 것을 당기는, 궁색한 것이 궁색한 것을 부르는, 오르막의 엔진 소리 소리들
역사에 복역한, 꺼끌한 수염으로 돋는 저 칼소리 꽃소리 원래 수메르의 점토 속에 있던 설형문자였다 신화를 기록하려는 쐐기의 몸짓들 고요한 소음을 기록해온 부산한 정적을 써내려갈
이젠 고흐의 푸른 터치를 닮은 귀뚜리 울음, 찐득한 이슬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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