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강성은 시인(의성) / 죄와 벌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23. 08:00
강성은 시인(의성) / 죄와 벌

강성은 시인(의성) / 죄와 벌

 

 

좋은 사람들이 몰려왔다가

자꾸 나를 먼 곳에 옮겨 놓고 가버린다

 

나는 바지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 일어나

좋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쌀을 씻고 두부를 썰다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

 

생각한다

생각한다

 

생각한다

 

 


 

 

강성은 시인(의성) / 개의 밤이 깊어지고

 

 

 개가 코를 곤다 울면서 잠꼬대를 한다 사람의 꿈을 꾸고 있나 보다 개의 꿈속의 사람은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개가 되는 꿈을 꾸고 울면서 잠꼬대를 하는데 깨울 수가 없다

 

 어떤 별에서 나는 곰팡이로 살고 있었다 죽은 건 아니었지만 곰팡이로서 살아 있다는 것이 슬퍼서 엉엉 울었는데 아무도 깨울 수가 없었다

 

 개는 나를 바라보는데

 깨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강성은 시인(의성)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숙명여대 불문과. 2005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2018년 제26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수상.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Lo-fi』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