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 시인 / 꼭짓점의 기억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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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시인 / 꼭짓점의 기억
하늘도 땅도 꼭짓점이 많아 비가 내려요 잡아당겨야 할 모서리가 많다는 거죠 꼭짓점과 꼭짓점을 잡아당기면 보조개가 생겨요 어머머 아니에요 손사래를 치면서 보조개가 피어나는 거 봐요 한 땀 꽃봉오리 바늘방석 같은 무덤이 살아나요 예전엔 하늘과 땅이 가까워서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줄을 타고 서로를 방문했을 것 같아요 창구멍에 공복을 단단하게 밀어 넣고 솜에 콕 박혀 우는 영혼이 있을 것 같아요 가슴을 돌돌 감은 박쥐매듭 하나 풀어놓고 싶은, 이쪽과 저쪽을 이어 놓은 실 툭, 끊어버리고 싶은 저편의 적막이 있을 것 같아요 하늘을 바라본 평수와 지상을 걸어본 평수가 달라요 비가 다리를 감침질 하네요 옷깃을 여며요 꽃봉오리 바늘방석 위를 사람들이 걸어요 꼭짓점은 꽃잎을 펼치는 기억일지도 몰라요
지연 시인 / 매일 구제 옷을 입고 흘러 다녔어
패딩을 스타킹에 넣었어 꽃은 선반에서 피고 올 풀린 망사의 시간 속에 안녕
설탕에 잠긴 구기자는 물이 언제 생기는지 모르고 나에게 돌아온 너의 발걸음이 언제 되돌아갔는지 모르고
너무 오래되었어 이 습관적인 간격
겨울을 눌러 담는 법도 봄의 일 나무는 부피를 줄이려고 꽃을 선반에 올렸다가 해마다 다정하게 버렸어
도로는 온통 꽃들의 헌옷 수거함이 되었어 개나리 벚꽃 목련 조팝 순서도 없이 흐드러지게 날렸어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웃음을 하르르 벗네
옷이 있어도 입을 옷이 없었는데 이게 웬일이니 한숨 죽은 온기를 몸에 대고 나는 흘러 다녔어
나무가 떨어뜨린 구제 옷을 입고 시간을 구제하며 산 적 없는데 내가 구제되어 날려도 좋아
입은 적 없이 어깨에 힘을 준 희망들 구멍을 메우는 일에 골몰했던 눈물들 시간이 나를 버리고 갔다 해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이 봄을 다시 입고 돌아오면 겨울보다 추운 봄 그래도 봄보다 따뜻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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