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석 시인 / 우리들의 공동체. 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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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 시인 / 우리들의 공동체. 1 1. 유년 시절, 도랑에서 참게 한 마리를 주위 나무통에 넣었는데 이튿날 감쪽같이 사라졌다. 오래 움츠린 혈거穴居의 힘으로 혼자 두면 악착같이 벼랑을 기어올라 달아난다. 2. 여러 마리를 잡아다 통에 넣자 몇 날을 거품만 문 채 그대로다. 고집처럼 딱딱하게 굳은 생의 각질 탓도 있거니와 구멍 밖 세상 너무 환하여 먼저 기어오르는 게의 발목을 뒤 게가 물고 뒤 게를 그다음 게가 붙들고 늘어져 서로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김유석 시인 / 우리들의 공동체, 2 거미가 공중에 줄을 치는 행위는 모종의 트릭trick이다. 모자 속에서 새를 꺼내거나 손수건을 장미로 피워내는 일보다는 좀 더 그럴듯하다 할까, 줄 하나로 설정하는 기하학적 공간은 여러 개의 홑눈을 겹쳐 만든 만화경과 같다. 이를 날개 없이 허공을 공유하는 족속들의 생존방식이라 이른다면 줄에 걸려드는 하루살이의 생태 또한 미필적 놀이에 가깝다. 실상과 허상의 접점에서 흰 비둘기와 붉은 장미를 꺼내 보이고 기다림이란 고상한 배고픔을 걸어두기도 하는 일 모두 하루살이의 몫, 욕망과 파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학적 유희를 즐기다가 끈적끈적한 미망에 휘말려 드는 건 거미의 최면이 아니라, 필경 스스로에게 속아 넘는 하루살이의 자작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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