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이영재 시인 / 흰검정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23. 08:00
이영재 시인 / 사실들?

이영재 시인 / 흰검정

 

 

검정에 고인 열에 손을 대본다

평소에는 꽃들이 웃자라 있고 언덕이 높아지거나 모난 바위가 자연스럽다

개미들이 평소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두었다

평소였던 자리에서 불에 덴 것 같은 샤먼과 볼을 맞댄다

적절한 소문이 무성해서

불편한 나비들이 몰려와 아름다워졌다

나는 계단 깎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땅의 깊은 온기,

흰검정

 

 


 

 

이영재 시인 / 위하여

 

 

문을 닫으면

소리가 멈추고 키스를 하던 혀들이 멈추고

방아쇠를 당기던 손가락이 멈춘다

 

다시 한 번 문을 닫으면

나는 서 있다

 

문 너머에 대해

문 너머에 있는 괄호가

쓴다

 

나는 어느 문도

열거나 닫을

자격이 없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에

결코 같지 않은 자세로

 

공백을 집어삼킨 공백 사이클

걷는 괄호

 

과연 문은 필요한 적이 있었나 가능성의

가능성을 향해

문을 문이 아닌 문으로서

다시 읽을 수 있을까

 

적을 수 없는 너머의

너머를 위해

 

 


 

이영재 시인

1986년 충북 음성에서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