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언희 시인 / 당신의 얼굴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24. 08:00
김언희 시인 / 당신의 얼굴

김언희 시인 / 당신의 얼굴

 

 

당신의 얼굴이

치익

켜진다 성냥불처럼

 

내 눈동자에 박힌 심지가 타들어간다

 

망막이

지글지글 끓는다

 

눈에 붙은 이 불이

다 타는

순간까지가 나의 사랑이라고

 

하나 남은 눈동자에, 마저

불을 붙일 때

 

치익

 

켜진다

당신의 얼굴

 

 


 

 

김언희 시인 / 달에게 먹이다

 

 

죽은 어머니 숟가락으로 죽을 먹는다

죽은 입속으로 천 번도 더 드나들던

스텐 숟가락 죽은 입술이 천 번도 더

빨아댄 숟가락으로 검은 죽을 먹는다

달 토끼가 밤마다 쇠절구로 빻아대고

있던 건 어미 토끼였어요 아ᅳ 하세요

어머니 아- 나는 내 입에 검은 죽을

떠먹인다 한입 한입 죽 같은 어머니

를 검은 달에게 먹인다

 

 


 

김언희 시인

1953년 경남 진주 출생. 경상대학교 외국어교육과 졸업.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트렁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뜻밖의 대답』 『요즘 우울하십니까?』 『보고싶은 오빠』.  이상문학상, 청마문학상, 2004년 '박인환 문학상' 특별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