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두호 시인 / 근원 인상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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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호 시인 / 근원 인상
창문은 방 안에 갇혀 있다 갇혀 있음이 갇혀 있는 것을 절실하게 만드는 것처럼 본 적 없는 풍경 하나를 내가 가지지 못한 눈 안으로 옮겨다 놓았다 그칠 줄 모르는 눈보라 속에서 풍경을 구하려 그 안으로 들어가 사라진 한 사람이거나 태어난 자리를 맴돌다가 어느새 늙어버린 사람의 자세로 틀어박히거나 이를테면 풍경이 변하려면 내가 살던 공간 전체에 등을 돌려야 한다는 작은 이치를 통해 창문을 배반하려는 시도로 나는 무엇보다도 나 자신 안에 갇혀 있게 되었다 창문이 방 안에 갇혀 있듯 나는 나 자신에게 갇혀 있다 절실함은 그것을 가지려는 시늉으로 인해 절실하지 못하다 그것을 나는 풍경 속에서 배웠다 여기에서의 풍경이란 창문에 매달린 무수한 열매들의 이름 없음에 다름 아니다 나는 내가 가질 수 있는 종류의 풍경에 따라 나라는 배경을 설립한다 나의 나 자신에로의 갇혀 있음으로 인해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절실함을 마련한다 절실함이란 유려함의 한 형태인데 그것은 곧잘 즐거움 속에서 그러하다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즐거움의 과육들 나를 나 자신이게 하는 그 무엇도 나에게서 풍경을 구해 내진 못한다 한 사람의 사라짐이 풍경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너는 결코 알지 못할 것 아닌가? 너라는 무수한 이름의 오해들이 아니라면 내가 풍경을 헤매고 다녀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나에게 갇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네가 너에게 갇혀 있을지 나는 알지 못하므로 그렇지 않다면 풍경이란 우리에게 일상이나 다름없을 것이므로 갇혀 있는 창문 속으로 부는 바람에서 나는 창문 너머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 일은 드물고 희귀하기에 나는 그것을 갇혀 있음의 통증에 다름 아닌 일로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통증이란 눈보라 속을 거슬러 그것 안에서 사는 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치지 않는 눈보라에 검은 코트가 하얗게 변할 때까지 그 안을 배회하는 한 사람에게 풍경이란 환희가 아니었을런지 나는 나를 비추지 않는 거울과 같은 창문 안에서 나에게 사로잡힌다 거울 망각 시계 일상은 그럴듯하게 절실한 풍경 하나를 마련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나에게 갇혀 있는 나의 행방을 너에게 묻는 일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과 같다 너는 너에게 갇혀 있지 않다 너라는 존재의 부재가 그것을 증명한다 나는 나에게로 도움 없이 돌아와야만 한다 허공을 날아가는 새가 하늘에 갇혀 있듯 나는 나 자신에게 갇혀 있다 그러한 장면은 절실하게도 풍경을 풍경 너머의 장소로 옮겨 놓는다 절실하다는 것은 네가 있어야 할 장소에 부재가 이름 없는 열매들처럼 떨어져 있는 것을 뜻한다 부재란 부재하는 이름 속에서는 존재의 실마리가 된다 왜냐하면 망각이 늘 우리가 서 있는 장소에서 우리의 부재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절실함은 이름이 기억으로 떠오르지 않을 때 진정으로 존재에 대한 실감이 된다 나를 가두어 두는 것은 나 자신의 존재 때문이지 방의 존재 때문은 아니다 닫혀 있는 한 창문은 그것의 풍경을 자신에게서 마련하는가 아니면 자신 바깥에서 구하는가? 스스로 만든 풍경 속을 헤매고 다니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오직 두 눈만을 발견한다 창문은 사람들의 묘연한 행방을 찾기 위해 밤마다 자기 자신 속으로 깊어진다 나는 내 안에 살면서 들이치는 어둠을 나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다 창문 너머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내가 아니다
신두호 시인 / 높이의 깊이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면 착지할 수 있을까 바닥이 높은 곳이 되고 다시 떨어진 곳에서 높이를 발견한다면
살아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까 양손을 펴고 번갈아 뒤집어 보면서 실제로 태어난 것에 감사해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쥘 수 없을 때 손은 스스로의 깊이에 매료되었다 켜지는가 무한해지는가 건네줄 수는 있는지
어쩌면 이는 누군가의 두 눈을 가리기 전에 피 흘리는 손목을 거두어들이는 일
물속에 팔을 담그고 바닥을 더듬으면 닿을지도 모르는 수심에서
바닥은 잃어버린 높이를 찾는다
내디딘 무게만이* 매번 새로워지는 곳으로 떨어진다
- 2014년 <현대시학>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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