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시인 / 맷돌 조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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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시인 / 맷돌 조화
기약 없는 기다림 석공 손에 연분 맺어 곰보 얼굴로 태어났구나
맷손 맞잡은 고부지간 거친 알곡 사그락사그락 긴긴 설움이 부서져 내린다
심통 가득 불은 콩 한 줌 한 줌 사라져 몽글몽글 뽀얗게 피어난다
차가운 두 가슴에 안겨 미움도 고움도 곱디곱게 뭉개져 옳고 그름이 없네
돌고 도는 맷돌의 지혜 함지박 가득 둥글둥글 어우러져 새벽녘 그믐달 속으로 스러진다
이정현 시인 / 빙하의 계단
밀물 썰물이 끌어올린 층층으로 바다는 조개를 물고 화석이 되어 얼음탑을 세웠다. 물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거친 숨결에 부서지는 여린 속살들 로프에 매달린 눈망울은 발밑을 잊은 지 오래다 빛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크레바스를 넘을 때 비로소 햇살은 얼음 살에 못을 친다 빙하의 비밀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꿈으로 걸어 들어간다
-시집 <살아가는 즐거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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