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이정현 시인 / 맷돌 조화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27. 08:00
이정현 시인 / 맷돌 조화

이정현 시인 / 맷돌 조화

 

 

기약 없는 기다림

석공 손에 연분 맺어

곰보 얼굴로 태어났구나

 

맷손 맞잡은 고부지간

거친 알곡 사그락사그락

긴긴 설움이 부서져 내린다

 

심통 가득 불은 콩

한 줌 한 줌 사라져

몽글몽글 뽀얗게 피어난다

 

차가운 두 가슴에 안겨

미움도 고움도

곱디곱게 뭉개져 옳고 그름이 없네

 

돌고 도는 맷돌의 지혜

함지박 가득 둥글둥글 어우러져

새벽녘 그믐달 속으로 스러진다

 

 


 

 

이정현 시인 / 빙하의 계단

 

 

밀물 썰물이 끌어올린 층층으로

바다는 조개를 물고 화석이 되어

얼음탑을 세웠다.

물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거친 숨결에 부서지는 여린 속살들

로프에 매달린 눈망울은

발밑을 잊은 지 오래다

빛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크레바스를 넘을 때

비로소 햇살은 얼음 살에 못을 친다

빙하의 비밀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꿈으로 걸어 들어간다

 

-시집 <살아가는 즐거움>에서

 

 


 

이정현 시인

강원도 횡성 출생.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를 졸업. 2007년 『수필춘추』 수필, 2016년 『계간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 시집 『살아가는 즐거움』 『춤명상』 『풀다』. 산문집 『내 안의 숨겨진 나』. 칸타타 『비상』(이용주 곡) 작사. 수필춘추문학상, 한국비평가협회 작가상, 한국시원시문학상, 문협서울시문학상을 수상. 요가(BTN방송 등) 강사, 명상(동국대 평생교육원 등) 강사를 역임. 현재 영문협, <좋은 시 공연> 사무국장이고 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 『문학과 창작』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