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성 시인 / 반사경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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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성 시인 / 반사경
반사를 잃은 거울 속에서 한 사람이 얼씬거린다 그의 생과 함께 한 여럿의 얼룩이 어둠과 빛으로 점멸하는데 나는 나를 찾을 수 없는 것인가
과거를 되비치는 기억도 기억 속 흔적의 늪에서 더욱 흐릿해지고 낮은 밤에 떠밀리고 나는 찾고 있네
모르는 사람 손을 잡고 읽을 수 없는 웃음 따라 웃으며 만든 반 사경 속에서 지친 구름은 절뚝거리며 경계선 밖으로 걸어오는데 구름처럼 떠밀리며 나는 여기 있네
거울 속 그가 사라지네 몸통 없는 안개처럼 그의 삶과 동행했던 여럿의 얼룩도 사라지네 느린 동영상 속 지는 해처럼 그러나 죽음처럼 즐겁게
거울은 흐리고 밤은 밤에 묶여 있고 바람은 땅을 무겁게 밟으며 제 길로 가고 나는 여기 있네
기억을 되감아 아름다운 눈물을 다시 만나도 그 사람도, 그와 함께한 얼룩도 사라진 처음의 자리로 오지는 않네 반사를 잃은 거울 속에서 한 사람이 얼씬거려도
거울이 더욱 흐려지고 밤은 낮을 부르지 않고 이제 바람은 날개 없이 지상을 떠나고 나는 찾고 있네 나를 떠난 나를
박금성 시인 / 무늬 속 껍질 거역할 수 없는 자의 밀고 당긴 힘을 기록하고 있는 바닷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을까 무늬가 빠져나간 조개껍질, 등을 밀어 올린 채 모래에 박혀 있다 겨울 철새들이 단련된 부리로 딱딱한 역사를 쪼아대면 오래전에 죽은 소리를 불러오는 조개껍데기 새무리, 파도의 춤을 따라 멀리 날아간 뒤 모래 둔덕을 비질하는 바람 게으른 햇빛이 조가비를 더듬는 오후 오래된 무채색 관이 열리고 수많은 조탁을 견뎌낸 풀게가 태양을 끌어당긴다 수평선 높이만큼 다리를 세운다 모래알 붙은 더듬이가 금파처럼 넓게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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