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심강우 시인 / 못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27. 08:00
심강우 시인 / 못

심강우 시인 / 못

 

 

흔들리는 것일수록

내 의지의 날 끝은 날카롭게 빛난다

 

엇갈린 생각,뒤틀린 세계관까지

그 간격의 치수를 가늠하며

쾅쾅,

나의 생애를 던져

온몸으로 끌어안을 때

흔들림은 멈추고

세상은 비로소 공존한다

제멋대로 흔드는 것일수록

내 의지의 날 끝은 참지 못한다

 

혹,

잘못 생각한 선택으로

무턱대고 뒷머리를 내리칠 때

나의 눈에선 불꽃이 튀고

그래도 깨닫지 못할 때,

차라리 내 몸을 활처럼 휘어

남은 생애를

포기해 버릴지언정

 

 


 

 

심강우 시인 / 바람을 꿈꾸다

 

 

발톱이 빠진 타이어

속도를 반납하고 얻은 이름은

체육공원 근력강화 재활용 운동기구

새로운 제동장치를 달고 허공에 정차해 있다

속이 말라버린 고향집 우물을 닮았다

사람들이 택한 방식은 실한 몽둥이로 때리는 것

손바닥 얼얼하도록 정수리를 후려쳐

단단히 뭉쳐진 역마살을 털어내는 것

한평생 바람을 품고 바람을 꿈꾸었던 타이어

빠진 발톱에 잎사귀 한 장 붙여 주는 바람더러

내 몸을 일으켜 달라고

협곡의 웅덩이쯤,산마루 과속방지턱이야

단숨에 건널 수 있다고,

구름 고원에 새 길을 내 보자고 속삭인다

그럴 때 뻥 뚫린 그의 동공엔 붉은 단풍이 타오른다

간절한 바람은 바람만이 알아듣는 것일까,그날 밤

황악산 능선의 화재는 오래된 길의 수순이었을까

백운봉을 지나 비로봉 형제봉을 뒤흔든 바람은

신선봉을 짓쳐 능여계곡까지,

뭉클뭉클 허공을 구르는 것들,

이럴 때 불길을 잡는다는 것은

떠난 자들의 자욱한 날개와 발톱을 수거하는 것

새떼의 울음을 태우고 가을 민낯도 그을린

산지사방 바람의 핸들로 구르는 무수한 타이어를 본다

필생의 바람대로

브레이크 없이 날아가는 타이어

 

 


 

심강우 시인

1961년 대구 출생. (본명 심수철). 대구대학교 일문학과 졸업.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13년 제15회 수주문학상 수상. 2014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시 부문 신인작품상. 2018년 소설집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으로 제29회 성호문학상 수상. 2019년 대구문화재단 주관 <2019년 개인예술가 창작지원> 수혜. 2016년 동시집 『쉿!』, 2017년 시집 『색色』, 소설집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 현재는 국어논술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