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상현 시인 / 시인의 발바닥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6. 2. 27. 08:00
김상현 시인 / 시인의 발바닥

김상현 시인 / 시인의 발바닥

 

 

목욕탕엘 갔다

굴참나무처럼 갈라진 내 발바닥을 보고

시인의 발바닥이 그 모양이냐고

누군가 말을 했다

 

유심히 보니

산도적의 발바닥

도망나온 발바닥

 

어디를 쏴 다녔기에?

 

한쪽에 등 돌리고 앉아

발바닥을 문지른다

 

 


 

 

김상현 시인 / 어부동 애가(哀歌)

-수몰지역

 

 

고향에 오지 마세요

하늘을 찌를 듯 키 큰 느티나무는 지금

밑둥만 남아 있고요

박넝쿨 올리던 담장도

잡귀 쫓던 토담길가 늙은 호랑나무는

흔적마저 없어요

 

고향에 오지 마세요

하늬바람 멱감던 대숲

휘감고 들리던 개 짖는 소리며

마을 힘차게 뛰어 다니던 다듬질 소리를

무시로 듣던 밤은

이제 없어요

다만 별은 더 이상 하늘에 살지 않고

다시는 호롱불 밝힐리 없는 마을에 내려와

우리들이 살던 이야기를 전설처럼

꿈꾸며 살아요

 

고향에 오지 마세요

우리가 살던 고향은

물새 날아드는 갈대밭이 되어가고

그 강변에 핀 이름 모를 아기들꽃 보면

눈물이 나요

 

그래도 고향이라 찾아오시거든

행여 돌을 던지지 마세요

돌은 속마음에 떨어져

아픈 파문이 일까 두렵거든요.

 

 


 

김상현 시인

1947년 전북 무안 출생. 1973년 한양대 산업공학과 졸업. 1992년 시 전문지 《시와시학》으로 등단. 2009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달빛 한 짐, 바람 한 짐』 『싸리나무숲에 서리꽃 피면』 『노루는 발을 벗어두고』 『사랑의 방식CD』 『기억의 날개』 『어머니의 살강』 『거멀장한 바가지가 아름답다』 『꽃비노을』 등. 장편소설 『미완의 휴식』. 단편소설 『내산 옥탑방』 등. 편운문학상, 기독교타임즈 문학상(소설부문) 수상.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 현재 한국에너지기술원 명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