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과 주님 세례 축일
성탄 때 동방과 서방 교회들이 주님의 탄생이라는 동일한 사건을 기념하고 있는데 반해, 공현 전례에 있어서는 각 교회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1) 서방 교회의 공현 축일
좁은 의미의 공현에는 현자들의 방문을, 주의 세례 축일에는 주님의 세례를 기린다.
<공현> 1월 6일이 공휴일인 지방에서는 이날 공현 대축일을 지낸다. 그렇지 않으면 1월 1일 다음에 오는 주일에 축일을 지낸다. 이 축일에는 어떤 특별한 예식이 없다. 현자들의 방문은 공현 축일이 기념하는 이방인 나라들을 상기시킨다. 복음을 낭독하기 전 이스라엘에 대한 위로를 기록한 독서를 하는데, 여기서 예언자는 모든 백성이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모일 것을 예견한다(이사 60,1-6). 시간 전례에서는 바로 이 구약(이사 60,1-22)을 읽는데, 복음사가는 이 구절을 명백히 언급하고 있는 것 같다. "사바의 모든 백성이 금과 향을 들고 오리라." 이 일이 실현되었을 때 성 바울로는, 유대인에게 약속된 것을 복음 선포를 통하여 이방인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받게 된다는 이 신비의 의미를 밝힐 수 있었다(에페 3,2-6)
<주님의 세례> 8세기 말 이래 성탄 축일을 본받아 공현 팔부를 여기저기서 받아들임에 따라 제 팔일 째 되는 날 주의 세례 기사를 읽도록 하였다. 13세기 프랑스 전례에서 공현 팔일 째 되는 날은 주의 세례 축일이 되었으며, 이 축일을 위한 고유 기도문들도 만들었다. 이 축일은 1960년의 로마 전례력에 도입되었다. 1969년 이 축일은 1월 6일 다음의 주일에, 공현 축일을 주일에 지낼 경우에는 그 다음날 지내도록 정하였다.
(2) 동방에서의 공현 축일
모든 동방 그리스도교에서 공현 축일의 특징을 이루는 예식은, 주의 세례를 기념하여 1월 5일 저녁에 물을 강복하는 예식이다. 5세기 초 콘스탄티노플 교회는,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잠기는 것임을 뜻하고자 파스카 성야에 예비자에게 세례를 베푸는 전통을 충실히 지켰었다. 그러나 얼마 후 세례 베푸는 날이 파스카에서 공현으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그리스도께서 요르단 강에 내려가시면서 영원한 생명의 샘으로 만들기 위해 물을 축성하셨기 때문이다.
후대에 들어 성인 세례가 드물게 되고 아이들 세례는 집에서 베풀게 되었지만 공현 축일에 세례수를 강복하는 전통은 보존되었다. 에디오피아에서는 공현 축일에 수많은 순례자들이 악쑴(Axoum)에 모인다. 사제는 도시에 물을 공급하는 물 저장소의 물을 강복하며, 모든 이는 그리스도의 세례를 경하하기 위하여 거기서 목욕을 한다. 그리고 주님 세례 축일로 성탄 시기가 모두 끝나고 연중 시기로 이어진다.
성탄 시기의 시작과 끝
성탄시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12월 25일의 성탄을 중심으로 해서 성탄을 준비하는 시기인 대림절과 12월 25일 이후부터 시작되는 좁은 의미의 성탄시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다시 좁은 의미의 성탄시기도 12월 25부터 1월 6일 "주의 공현 대축일"(우리나라에서는 1월 2일부터 8일 사이에 오는 주일에 지냄)이전까지의 시기와 공현부터 "주의 세례 축일"까지의 공현시기 두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성탄과 공현의 뜻
성탄과 공현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생겨난 쌍둥이 축일로서, 이 두 축일은 의도하는 바가 동일하며 또 동일한 목적으로 생겨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탄은 로마에서 그 기원을 두는데, 로마의 동지인 12월 25일에 행하여지던 태양신 숭배를 물리치고 그리스도야말로 참 태양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4세기부터 예수 성탄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한편 에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는 1월 5일과 6일 사이의 밤에 시간과 영원의 신(神) 에온의 탄생을 경하하는 축제가 있었고 또 이미 2세기에 예수의 세례를 이날 기념하면서 예수가 처음부터 하느님의 아들이었던 것이 아니라 세례를 통해서 비로소 하느님의 아들이 되었다고 주장하던 이단이 있었습니다. 이에 알렉산드리아 교회는 이러한 이교도의 풍습과 이단을 물리치기 위해서 1월 6일 예수의 탄생을 기리다가 곧 이어 예수의 세례와 가나 혼인 잔치에서의 첫 번째 기적도 함께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4세기에 동방 교회의 1월 6일 성탄과 서방 교회의 12월 25일 성탄이 서로 교류되면서 서방 교회는 12월 25일에는 예수 성탄을, 1월 6일에는 예수님이 하느님으로 드러난 사건들인 세 현인의 방문과 예수의 세례 및 가나 혼인 잔치에서의 기적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예수 세례 축일로 성탄시기가 끝남
주의 공현 대축일 다음에 오는 첫 번째 주일에는 예수 세례를 기념하면서 성탄시기를 마칩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하였다시피 성탄시기는 하느님이 사람이 되심을 기리면서 예수가 바로 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건들을 함께 기념하는 시기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아들로 공적으로 드러난 사건인 예수 세례를 이 시기에 지내는 것입니다.
성탄장식
사정이 이러하다면 성탄 장식을 언제 치우는지는 분명하다고 하겠습니다. 성탄 장식이 예수님의 탄생을 경하하기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예수 세례 축일까지 성탄을 지내야 할 것입니다. 불행히도 사람들은 12월 25일이 지나면 더 이상 성탄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아마도 이는 백화점이나 상인들의 상업주의적 사고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12월 25일로 성탄 축일을 (즉 성탄 대목을) 마감한다고 해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오히려 12월 25일을 시작으로 세례 축일까지 예수님의 탄생과 그분께서 자신을 우리에게 드러내신 신비를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성 베네딕도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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