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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호 시인 / 별어곡역 외 5편 전윤호 시인 / 별어곡역 ​지금 여기서 나와 헤어진다 싸락눈 내리는 적당한 이별의 온도 울지도 말고 웃지도 말고 그저 가슴께 높이까지만 손을 들어 잘 가라 다시 오지 마라 어디 먼.. 2025. 7. 12.
황성규 시인 / 천년의 사랑 외 5편 황성규 시인 / 천년의 사랑 그리움 돌아서도그리워 쥐어잡고 보내지 않으려고죽어도 놓지않고 못잊어 하늘의 별이되어 천년세월 사랑해 신에게 간청하여 가는길이 태풍불고 하늘에 기원하여 가는길이 벼락치게 .. 2025. 7. 12.
김윤식 시인 / 파전, 파편 외 4편 김윤식 시인 / 파전, 파편 ​ 그대는 읽기 힘들고 쓰기 아쉽고 듣기 어려운 틈을 가졌다 ​ 성에 낀 창가처럼 실금을 음역하는 노랫말을 닮아버린 뒤돌아보면 시절 유행가같이 붙잡지 못하고 둥글어지는 거다 ​ 뜨거운 뒷면을 감출 수 없어 뒤집힌 앞면 다시 .. 2025. 7. 12.
이어진 시인 / 성냥팔이 소녀 외 5편 이어진 시인 / 성냥팔이 소녀 성냥사세요 성냥사세요 내 기억 속의 어린 소녀가 성냥을 판다 추운 거리의 건물들은 우뚝 서서 나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이 세계에 와 본 거니? 이 세계에서 무엇을 구축한 거니? 너는 이 세상에서 죽었던 적 있는 것처럼 얼음을 껴입고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얼음 위에 불을 붙이고 활활 타오를 수는 없는 걸까 지나가는 바람이 말했고 나의 의식은 바람에 휩쓸려 이리저리 밀려 다닌다 무거운 군화에 밟.. 2025. 7. 12.
박봉희 시인 / 평일 외 4편 박봉희 시인 / 평일 닭들은 울지 않았죠 더 이상 울음을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 새벽이 없으니 울음도 없었죠 아줌마가 덜컥, 닭장 문을 여네요 푸드덕대는 양 날개를 쏟아지는 쌀자루 주둥이처럼 움켜 쥐는데요 붉은 울음이 울컥불컥 터지구요 닭똥집이 물봉선화처럼 부풀어올라요 울음의 힘으로 허공을 쥐락펴락 하는 .. 2025. 7. 12.
권순해 시인 / 순례 외 5편 권순해 시인 / 순례 너와 나의 가난한 저녁을 어제와 오늘 다르게 읽는다 기억은 언제나 길을 따라가며 재구성되지 우리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을 때는 저문 들녘 혼자 흔들리는 구절초처럼 쪼그리고 .. 2025. 7. 12.
나혜경 시인 / 사각 외 7편 나혜경 시인 / 사각 ​ ​ 외면할 수 없는 사건은 손 닿을 만한 곳에 두고 자주 꺼내서 만져보아야 한다 ​ 마침내 문을 개방하고 들어왔을 땐 와락 껴안을 뻔했지 여긴 살기에도 죽기에도 좋은 곳이야 ​ 너무 늦게 발견되었다고 혀를 차지만.. 2025. 7. 12.
노준옥 시인 / 슬픔의 경로 외 5편 노준옥 시인 / 슬픔의 경로 너의 파일을 열어본다 경로이동이 되지 않는 초기 메뉴를 알 수 없는 비밀번호도 없이 저장해버린 자동 검색되는 슬픔을 순식간에 바탕화면에 펼쳐지는 시퍼런 물결 속 떠돌아다니는 너.. 2025. 7. 12.
박선욱 시인 / 윤봉길의 회중시계 외 4편 박선욱 시인 / 윤봉길의 회중시계 1932년 4월 29일 아침 상해임시정부 사무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시계를 건네는 윤봉길 “선생님 이 회중시계를 드릴게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 김구 .. 2025. 7. 12.
김영 시인(완도) / 진리가 말하는 자유 외 4편 김영 시인(완도) / 진리가 말하는 자유 종탑 위에 십자가 거꾸로 서 있던 날 세심사(洗心寺) 대웅전에 돌부처가 돌아 앉았다 일구월심(日久月深) 기다리건만 교회당엔 하나님이 오시지 않고 불당에도 .. 2025. 7. 12.
민왕기 시인 / 고래 외 5편 민왕기 시인 / 고래 ​ ​ 어촌을 걷는다는 것은 뼈만 남은 고래를 만져보는 것처럼 희고 오랜 일이었다 앞 지느러미 부근에 어판장이 있고 꼬리지느러미 쪽에 등대가 서 있어 천천히 걸어보았다 살점과 내장은 팔려나간 지 오래라서 골목은 가늘어졌고 갈비뼈 사이에 듬성듬성 자라난 집들은 바다를 바라보는 곡진한 방향이었다 비어 .. 2025. 7. 11.
엄재국 시인 / 점등 외 5편 엄재국 시인 / 점등 호박꽃 활짝 열린 콘센트에 벌이 플러그를 꽂는 순간 온 세상 환합니다 넝쿨넝쿨 잎사귀 푸르게 푸르게 밝습니다 겨울, 봄, 여름…… 점멸하는 거리 울타리 세워 담장 세워 저 .. 2025.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