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1759 임혜신 시인 / 걷는 여자 외 1편 임혜신 시인 / 걷는 여자 펑퍼짐한 단발머리, 조그만 키, 게이트 밖으로 나가는 일도 없이 어둑해지면 아파트 주변을 천천히 걸어다니는 그녀는 중년의 아들을 돌보며 산다고 했죠, 머리에 문제가 좀 있다는 하지만 아들을 본 적이 없죠 먼 별의 사이렌 소리가 실로폰 .. 2026. 2. 27. 김혁분 시인 / 아버지의 봄날 외 1편 김혁분 시인 / 아버지의 봄날 시린 봄날이었다 요양병원 침대 위 아버지는 벚나무를 베고 누워 있었다 침대 위로 흩어진 벚꽃잎 귀 기울여 묻지 않아도 여명 속 코끝을 스치는 온기가 좋았다고 파도처럼 가래가 들썩여도 꽃 보러 가자던 나들이처럼 죽자고 .. 2026. 2. 27. 김상현 시인 / 시인의 발바닥 외 1편 김상현 시인 / 시인의 발바닥 목욕탕엘 갔다 굴참나무처럼 갈라진 내 발바닥을 보고 시인의 발바닥이 그 모양이냐고 누군가 말을 했다 유심히 보니 산도적의 발바닥 도망나온 발바닥 .. 2026. 2. 27. 박금성 시인 / 반사경 외 1편 박금성 시인 / 반사경 반사를 잃은 거울 속에서 한 사람이 얼씬거린다 그의 생과 함께 한 여럿의 얼룩이 어둠과 빛으로 점멸하는데 나는 나를 찾을 수 없는 것인가 과거를 되비치는 기억도 기억 속 흔적의 늪에.. 2026. 2. 27. 이숨 시인 / 북촌 외 1편 이숨 시인 / 북촌 언덕에서 내려다본다 한옥 지붕들이 가지처럼 담장 사이로 뻗어가 있다 한낮에도 간판은 환해서 줄지은 나무들도 봄은 이른 영업이다 골목은 살구꽃향기를 세놓은 듯 여기저기서 코끝을 불러들이고 .. 2026. 2. 27. 심강우 시인 / 못 외 1편 심강우 시인 / 못 흔들리는 것일수록 내 의지의 날 끝은 날카롭게 빛난다 엇갈린 생각,뒤틀린 세계관까지 그 간격의 치수를 가늠하며 쾅쾅, 나의 생애를 던져 온몸으로 끌어안을 때 흔들림은 .. 2026. 2. 27. 윤은영 시인 / ㄸ 외 1편 윤은영 시인 / ㄸ 변기에 물띠슈 금지 공중화장실 문짝에 붙은 경고문에서 고모가 튀어나왔다 채석장의 부스러지는 돌처럼 살았다 고모는 할머니의 매운 손에 떠밀려 어느 집 식모로 간 날 밤 꽁꽁 언 별의 결정에 찔린 상흔이 육십까지 이어지고 있단다 이미 .. 2026. 2. 27. 이정현 시인 / 맷돌 조화 외 1편 이정현 시인 / 맷돌 조화 기약 없는 기다림 석공 손에 연분 맺어 곰보 얼굴로 태어났구나 맷손 맞잡은 고부지간 거친 알곡 사그락사그락 긴긴 설움이 부서져 내린다 심통 가득 불.. 2026. 2. 27. 김은후 시인 / 타워크레인 외 1편 김은후 시인 / 타워크레인 잣나무 밑동에 사다리가 걸쳐져 있다. 작년 가을, 이氏아저씨 마지막 나무에 오른 흔적이다. 흔들리는 공중, 마지막 잡았던 힘 걸어서 내려오라고 누군가 치우지 않은 길이다. 꼭대기에 열매를 달아놓는 습성 사람을 겨냥한 나무의 비책 같다. .. 2026. 2. 27. 한미영 시인 / 아나모르포시스 외 1편 한미영 시인 / 아나모르포시스 찌든 먼지가 들러붙은 장롱 철제봉 끝부분에 스트라이프 무늬의 낡은 넥타이 하나 걸려있다 그런데 이게 뭐지 이 넥타이의 주인은 벌써 고혼이 되었는데 불현듯 붉은 빛깔의 저 장롱 속에서도 혼백이 느껴져 나는 혼쭐이 나간다 낯익고도 .. 2026. 2. 27. 김선미 시인 / 인왕 1 외 1편 김선미 시인 / 인왕 1 인왕은 연옥 어디쯤인 것 같다 나는 그 밑자락에 살고 있어 비 오는 날은 어디선가 굿하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해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도가 필요한 떠돌다 올라타게 되는 버스 같은 것 영혼 같은 것 .. 2026. 2. 26. 신두호 시인 / 근원 인상 외 1편 신두호 시인 / 근원 인상 창문은 방 안에 갇혀 있다 갇혀 있음이 갇혀 있는 것을 절실하게 만드는 것처럼 본 적 없는 풍경 하나를 내가 가지지 못한 눈 안으로 옮겨다 놓았다 그칠 줄 모르는 눈보라 속에서 풍경을 구하려 그 안으로 들어가 사라진 한 사람이거나 .. 2026. 2. 26. 이전 1 2 3 4 ··· 43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