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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규 시인 / 백로 외 5편 고찬규 시인 / 백로 밤새, 초승달과 풀잎은 날을 겨누고 있었다 서늘하다 풀벌레 울음 속에 한바탕 초승달이 쓸고 지나간 새벽 풀밭 쪼그리고 다촛점 .. 2025. 7. 15.
류휘석 시인 / 시작노트 외 5편 류휘석 시인 / 시작노트 세상에는 단 하나도 같은 사람이 없는데 왜 이야기는 모두 비슷할까.. 지구를 밟고 마주선 너와 나는 왜 이름을 두고 자꾸 우리라고 부르는 걸까. 지구가 기울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그러나 우리라는 것은 아무리 조심해도 넘어지기 마련이다. 포개진 우리의 바깥에 너무 많은 여백이 남을 걸 알면서. 그게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걸 알면서 나도 .. 2025. 7. 15.
민구 시인 / 움직이는 달 외 5편 민구 시인 / 움직이는 달 달이 먼저 나를 물기도 한다 줄을 풀고 창문으로 넘어들어온 달이 구석에 나를 몰고 어금니를 드러낸다 오줌발이 얼마나 센지 사방 벽으로 튀어 지워지지 않는다 달은 나무를 잘 탄다 어두운 강을 곧잘 건.. 2025. 7. 15.
박승자 시인 / 청운사 연꽃 외 4편 박승자 시인 / 청운사 연꽃 빗방울은 연잎위에 구슬 되어 구르고 순백의 속살 두어 봉오리 벌어 어룽어룽 돋은 이야기 시인님 가슴에 씨방으로 내리고 텃세들 .. 2025. 7. 15.
서요나 시인 / 강물보다 멀리 하수보다 외로이 외 5편 서요나 시인 / 강물보다 멀리 하수보다 외로이 당신하고 같이 서역 끝에 가야 되는데 당신 가방만 들고 가는 길 흔들리는 물소 머리뼈 얼굴에 쓰고 인간 같은 것들의 마음을 믿어 불어닥치는 태풍에 꺼지지 않는 여기 전구 안 불빛처럼 진동하는 동공 아름다운 청산가리 같은 저기 저 세상 사방이 유리로 차단 돼 있다고 생각 했는데 물로 된 막이었지 옛날 옛적에 나는 물의 호위를 받는 불이었고 제3한강교 저 아래 양잿물이 오줌이 .. 2025. 7. 15.
김외숙 시인 / 잔설 외 6편 김외숙 시인 / 잔설, 殘雪 이른 봄의 다 녹지 않고 남은 눈. ​ 녹은 것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하늘에서 내릴때는 예쁜데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을때는 아름다운데 녹으면서 지저분해지는 것을 보게된다. ​ 예수님께서 변화산에서 변형되셨을 때 .. 2025. 7. 15.
백상웅 시인 / 각목 외 5편 백상웅 시인 / 각목 광목으로 옷을 만들어 시집을 왔다는 어머니의 말, 각목으로 알아듣고는 나는 옹이가 빠져 구멍이 난 저고리를 생각했다, 그땐 각목이 귀했을지도 몰라 옆집 창고에서 빌려왔을지도 몰라 각목을 절구에 찧어서 질긴 실을 뽑아냈을지도 몰라, .. 2025. 7. 15.
성명남 시인 / 핑크뮬리 외 5편 성명남 시인 / 핑크뮬리 분홍이 만발했다 가을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온 분홍 봄 같다는 생각과 꽃일 거라는 학습된 추측이 빗나갔다 이방(異邦)의 감정을 들키려고 식물성 포즈는 더 도발적이다 나이가 무슨 상관.. 2025. 7. 15.
신미나 시인 / 무거운 말 외 5편 신미나 시인 / 무거운 말 요새 택배비 얼마나 한다고 저 무거운 걸 지고 다녀 거지같이 누구더러 하는 소린가 했더니 봄비는 사람들 사이로 아버지가 온다 쌀자루를 지고 낮게 온다 .. 2025. 7. 15.
김그루 시인 / 후제 외 1편 김그루 시인 / 후제 바지락 캐 오일장 나서는 엄마를 따라 장에 갈 때마다 엄마는 후제를 말했다 운동화도 후제 사주고 꽃무늬 가방도 후제 사주고 장터에서 파는 잔치국수도 후제 사준다고 했다 그 후제가 언제인지 몰라 물으면 후제는 금방 올 것 같았다 아니 후제는 분명 오고 있었으나 도착만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 2025. 7. 15.
손종수 시인 / 운집(雲集) 외 5편 손종수 시인 / 운집(雲集)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오가며 눈빛 마주칠 때마다 열렬히 두 손 움켜쥐고 부둥켜안는다 우리, 이렇게 뜨거운 사람들이었나? 잔치가 파하기 전 막차를 탔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은 .. 2025. 7. 14.
심수자 시인 / 바닥거울 외 5편 심수자 시인 / 바닥거울 가스불에 얹어둔 스테인리스 냄비 머릿속 새떼 쫒는 사이 새카맣게 탔다 누가 바닥 검은 거울을 놓아둔 것이냐 나락으로 떨어졌던 한 때가 바닥에서 여과 없이 잔인하게 보였다 손 안에 철 수세미 움켜쥐고 .. 2025.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