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9491 코샤박 시인 / 정훈희, 안개 외 5편 코샤박 시인 / 정훈희, 안개 안개가 끼던 날이었나, 우리는 말없이 걸었고 약속은 증발된 안개가 되고, 지워진 어깨를 털어내며 들어선 포장마차에서는 쓸쓸한 노래가 닳고 있었나, 상투스런 파란 플라스틱 탁자 위로 가을이 무너지고, 아련한 옛날 영화 포스터 여주인공 시선처럼 .. 2025. 7. 17. 황정현 시인 / 육교 외 5편 황정현 시인 / 육교 그냥 밖에 서 있어 고개를 돌려도 새로운 인사는 없고 아직 그 애는 보이지 않아 종이비행기도 날지 못하네 .. 2025. 7. 17. 이윤정 시인(淸良) / 도토리묵 외 5편 이윤정 시인(淸良) / 도토리묵 씹어 보면 적당히 떫은 말도 나지만 한 젓가락 가져 갈수록 더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딸기처럼 예쁘거나 새콤달콤하지도 못 하고 장미처럼 화사하거나 .. 2025. 7. 17. 임준진 시인 / 휴머니즘 외 5편 임준진 시인 / 휴머니즘 산꼭대기에 보석이 가득하다는 소문에 흙과 벌레를 짓밟고 나뭇가지를 꺾고 험한 산길을 올라 정상에 올라섰더니 기다리던 보석은 밤하늘의 별이었더라 별을 .. 2025. 7. 17. 강에리 시인 / 귀향(歸鄕) 외 5편 강에리 시인 / 귀향(歸鄕) 나 이제 돌아가네 아버지 잔소리 끝없던 곳 어머니 눈물 배어있는 곳 어린 동생 웃음소리 귓가에 맴도는 그 곳으로 겨울날 쪽창으로 들던 노오란 햇살과 여름날 댓잎을 스치는 바람 .. 2025. 7. 17. 정공량 시인 / 염전에서 외 5편 정공량 시인 / 염전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한쪽 염전에서 물결이 출렁인다 다른 한쪽의 염전에서는 소금이 태어나고 있다 누구나 한때 부모의 속을 상하게 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생활에 지친 부모의 속도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그 속의 속 .. 2025. 7. 17. 한성근 시인 / 장맛비 외 6편 한성근 시인 / 장맛비 잔뜩 물먹은 두 발이 이대로 가면 어느새 녹이 슬어 바스라질 듯 숨이 막혀 버릴 것 같다 떠날 때 잔뜩 짊어진 보따리가 버린다고 버렸어도 여기저기 어깨 위에서 고갤 내미는데 어둠은.. 2025. 7. 17. 허향숙 시인 / 한통속 외 10편 허향숙 시인 / 한통속 가지 끝 끈질기게 매달려 있는 장미꽃이 추하다 생명 붙은 것은 죄다 손에 쥔 것 놓기 어렵구나 동백꽃이 아름다운 것은 가장 빛날 때 스스로 .. 2025. 7. 17. 서상만 시인 / 동행 외 8편 서상만 시인 / 동행 내 방 낡은 의자 한 30년 끼고 살았더니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삐걱삐걱 서로 앓는 소리 잔소리까지 닮았다 몸이 가면 마음도 따라가는 늙음의 .. 2025. 7. 17. 강세환 시인 / 면벽 외 5편 강세환 시인 / 면벽 다 큰 장정 같은 청년이 식탁 모서리에 긁히며 식당 식탁 사이를 왔다 갔다 되돌아서곤 했었다 어딘가 탈이 났지만 시퍼렇게 빛나는 청년이다 그의 동선을 따라 청년을 나직이 부르던 어머니.. 2025. 7. 17. 장주희 시인 / 고백 외 3편 장주희 시인 / 고백 - 딸에게 너를 낳고 어머니한테 미안하더라 그게 그렇게 미안하더라 내가 막 잘못한 것 같고 밥을 먹는 일도 미안하더라 나의 탄생에 대해 엄마는 말했다 어쩌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 2025. 7. 17. 전영주 시인 / 효자손 외 1편 전영주 시인 / 효자손 우산꽂이 항아리에 장우산과 함께 나타났다 아, 효자손 효자의 손은 이렇게 작은 거구나 손가락이 꼭 붙어있어야 하고 손목은 너무 가늘어서 수갑은 채우나마나 손톱은 손톱만큼만 있으면 되고 .. 2025. 7. 17. 이전 1 2 3 4 ··· 4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