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명 시인 / 강릉 별빛
강릉 바닷가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은 이 삶을 물어보는 것 이 삶이 지나면 다시 올 거냐고 어느 바다를 지나 다시 올 거냐고 물어보는 것 그러면 별은 물고기가 되어 멀리 헤어가기만 한다 하물며 별은 먼 향내에 빛난다 따라서 강릉 바다의 향내는 먼 별의 모습 우리가 살아 있는 지금을 가장 멀리 빛내는 별의 모습 강릉 바닷가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은 지금 살아 있음을 되새기며 이 삶의 사랑을 물어보는 것
윤후명 시인 /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이제야 너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울지는 않는다 이미 잊힌 사람도 있는데 울지는 못한다 지상의 내 발걸음 어둡고 아직 눅은 땅 밟아가듯이 늦은 마음 홀로 #등불 을 #상처 위에 켜다 모두 떠나고 난 뒤면 등불마저 사위며 내 울음 대신할 것을 이제야 너의 마음에 전했다 너무 늦었다 컴컴한 산 고갯길에서 홀로
윤후명 시인 / 시를 쓰는 딱정벌레
거쳐온 인생이 풍경이 된다 자연 속에 서 있는 집 한 채 그 안에 나는 형체 없이 서성거린다 아, 살아왔구나 부끄러운 딱정벌레처럼 웅크리고 시를 썼구나 그 형체가 내가 맞는다면 풍경은 완성될 텐데 서성거리는 사람의 그림자는 붙잡을 수 없다 한 웅큼 내 손안에 쥐여 있는 풀잎을 들고 나는 그림자 속에 딱정벌레의 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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