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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고양이 '나리' 이야기

by 파스칼바이런 2011. 4. 18.

우리집 고양이 '나리' 이야기

 

 

 

 

작년 초겨울 추웠던 어느 날 이었다.

나의 근무처 숙소 침대에 어떻게 들어 왔는지

아기 고양이 한마리가 들어와 얌전히 잠들어 있었다.

 

순간 깜짝 놀랐지만 아직 태어난지 한달도 안되어 보이는 귀여운 모습에 한참 들여다 보고 있었는데 인기척에도 움직이지 않고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잠만 잔다.

아마 추위에 굶주리고 몹시 지친 모양이다.

 

그러나 평소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만져 볼 엄두도 못내고 그냥 지켜만 보다가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 추운 계절에 그냥 쫓아 내자니 도저히 양심이 허락하질 않았고, 만일 독하게 마음 먹고 쫓아 내보낸다면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근무처에서 놓아 기를 형편도 못되고.... 이를 어쩌나....

 

그러다가 가타리나에게 전화를 하여 사정을 설명하니 곧장 차를 타고 쫓아 왔다.

잠시 품에 안고 있던 가타리나가 집에 데려가 키우겠다고 하여, 찜찜한 마음도 있었지만

해결 방법은 당장엔 그것 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하여 팔자에 없는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된 것이다.

 

데려온 고양이는 처음에 보일러 옆에 박스로 집을 만들어 주었는데, 겁이 많은 이 녀석은 얼마 동안은 사람만 보면 숨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던 녀석이 이제는 제가 주인인양 도도하게 행세하고 있다.

 

그러다가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면서 집안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우선 걱정이 집안에서 키우자니 우리 강아지 뽀미와 사이가 어떨지가 걱정이었고, 또 대소변을 아무데나 보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강추위가 있던 날, 녀석을 목욕시켜 집안에 들이게 되었는데, 걱정되었던 부분은 모두 기우에 불과 했다.

 

뽀미는 자기 새끼 처럼 보살피며 처음엔 고양이에게 젖까지 물려주었고, 내가 고양이를 건드리기나 할까봐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지키며 으르렁 대기도 했다.

 

그리고 대소변 문제도 고양이용 모래를 사다가 박스에 담아 놓자,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신기할 정도로 그곳을 찾아 볼일을 보곤 하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녀석이 이제는 덩치도 뽀미만 하게 컸고,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온갖 말썽을 다 부려서 문제다.

호기심이 많아 모두 한 번씩 건드려 보아야 하고, 점프 실력도 대단하여 2미터 정도의 높이도 쉽게 뛰어 오른다. 그러다 보니 벽에 있는 고상도 점프하여 건드려 놓고 책상위나 심지어 냉장고 위에 올라가 어슬렁 거리기도 하는 정말 못말리는 녀석이 되었다.

 

다행히 덩치가 커졌어도 뽀미에게는 꼼짝 못하고 순종하며, 지내는 것이다.

아침 일찍 사료를 달라고 보채고 물이 없다고 냐옹거린다.

 

그러나 걱정은 요즘 날씨가 풀리면서 털갈이를 하느라 털이 너무 많이 빠져 걱정이다.

우리 뽀미 강아지는 털이 빠지지 않아 그동안 신경쓰이질 았았었는데....

 

처음 이 녀석을 데려올 때 만큼은 좀 클 때까지 돌보아 주다가 날이 풀리면 놓아주려 했는데 막상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동안 정이 든것도 있지만 이제 다시 길고양이가 되어 방황하며 쓰레기 봉투나 뒤지는 상황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녀석의 말썽이 더 심해져서 걱정이다. 모든게 자기 장난감이라고 물고 뜯고 휘젓고 다니며 온갖 말썽을 다 부리는데....야단을 쳐도 그 때 뿐이다.

 

그러다 보니 가타리나도 이젠 지쳤는지 점점 신경질적이 되고 노골적으로 구박하기 시작하는데 얼마전 저녁상을 앞에 두고 부부 싸움이 있었다.

 

식사 시간이면 제일 먼저 설쳐대는 녀석에게 야단치는 가타리나에게 신경질이 폭발한 것이다.  그 때 나는 내키는 대로 마구 가타리나에게 폭언을 퍼붓게 되었는데 '작은 동물 하나' 사랑으로 챙기지 못하며 어떻게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할 수 있으며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느냐며, 또 그러면서 성당은 왜 다니느냐며 마구 쏘아 댔지만, 허긴 나 자신도 그렇게 살지 못하며 찢어진 입이라고 말은 잘도 해 댔었다.

그래서 그날은 둘이 저녁을 굶어야 했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고양이가 좋아서 편을 든 것은 절대 아니다.

가타리나가 평소와는 다르게 예민해져서 변해 가는 모습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고양이에게 신경쓰고 화를 낸다고 달라질 것이 없을 바에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약간은 무덤덤하게 편한 마음의 가타리나를 기대하고 싶었으며 모든 것을 사랑으로 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고 싶은 욕심에서 였다.

 

그날 한마디 대꾸도 안하고 참아주었던 가타리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요즘은 고양이에게 노골적인 구박을 하지 않고 조심하는 가타리나 때문에 다시금 우리집은 평온을 찾았다.

 

어쨌든 녀석과의 인연도 소중히 하고픈 것이 나의 마음이다.

 

요즘 내가 컴퓨터를 할 때 내 무릎에 올라 앉아 모니터에 나타나 움직이는 마우스에 집중하며 그것을 잡겠다고 이리저리 팔을 휘젓는 녀석을 보며 무릇 생명있는 모든 것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나저나 좁은 우리집에 다섯식구가 살고 있다.

 

귀염둥이 강아지 '뽀미', 말썽쟁이 고양이 '나리', 늘 조용히 혼자 지내는 햄스터 '햄돌이' 이러다가 우리집 정말 '동물의 왕국' 되는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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