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의 나그네여
이승의 나그네여! 가져갈 수 없는 그 무거운 짐에 미련을 두지 마오.
빈 몸으로 와서, 빈 몸으로 떠나가는 인생 또한 무겁기도 하건만, 그대는 무엇이 아까워 힘겹게 이고 지고 안고 가나.
빈손으로 왔으면 빈손으로 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거늘 무슨 염치로 세상 모든 걸 가져가려 하나.
긴 밤에 꾼 호화로운 꿈도 깨고 나면 다 허무하고도 무상한 것. 어제의 꽃피는 봄날도 오늘의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질 않는데, 그대는 지금 무엇을 붙들려고 그렇게 발버둥을 치고 있나.
발가벗은 몸으로 세상에 나와 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 이것저것 걸쳐 입고 세상 구경 잘하면 그만이지, 무슨 염치로 세상 모든 것들을 다 가져 가려 하나.
황천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건만 그대가 무슨 힘이 있다고 무겁게 애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어차피 떠나야 할 그 길이라면 그 무거운 짐이랑 다 벗어 던지고 처음 왔던 그 모습으로 편히 떠나 보구려.
이승 것은 이승 것, 행여 마음에 두지 마오. 떠날 때 맨몸 덮어 주는 무명천 하나만 걸쳐도 그대는 그래도 손해 본 것은 없지 않소
<김지명의 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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