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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좋은글모음(1)

그 사람을 가졌는가

by 파스칼바이런 2011. 9. 8.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시인 씨알 함석헌 선생>

 

 

함석헌 선생은 실로 그의 생애에 있어 시대변천과정마다 민중(씨알)의 고통을 감당하는 생애였다. 그는 참詩人이요, 문장가요, 농부요, 종교가요, 예언자요, 찰학자요, 사상가요, 역사가요, 교육가요, 항일독립운동가요, 반공주의자요, 민중운동가요, 씨알의 대변자요, 비폭력운동가 평화주의자로서 시대의 軌跡마다 그의 발자국이 아니 미친 곳이 없이 구석구석 철저하게 누비고 지나가는 위대한 족적을 남기었다.

 

나라와 민중(씨알)과 평화를 위하는 일이라면 일제의 총검 앞에, 장기집권독재와 군사독재의 공갈과 횡포 앞에 목숨을 草芥로 삼고 저항하며 투쟁하였다. 유치장과 감옥이 그의 안방임을 마다 않고 평생(40년간)을 하루 한끼의 절제된 초극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죽어서는 대뇌와 심장 뼈대까지 내어놓겠다고 유언하는 등, 철저하게 자기희생정신에 철두철미하였으니, 어쩌면 그는 農園보다 인간의 福樂園을 건설하기 위하여 태어난 사람인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도 시정 잡배들의 소리는 거짓말투성이 인데 지금도 씨알의 소리는 '죽어도 죽지 않고 살아서' 참소리로 외쳐지고 있다.  하얀 머리 하얀 수염 하얀 두루마기를 한 詩人 씨알 함석헌 선생이 그리운 때이다.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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